김지수 '풀풀풀-향' 개인전
▲ 김지수 作 '아버지와나'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휴

父 서류가방·이끼로 만든 작품 등 어린시절 맡았던 후각 바탕 창작

누군가는 꽃을 눈으로 보지만 누군가는 꽃의 냄새를 맡는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모두 꽃말이 있듯 모든 사물은 고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김지수 작가는 기억과 체취를 채집해 냄새에 예술혼을 불어넣어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후각적 상상력'을 발휘해 가장 특별했던 냄새의 기억들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했다.

파주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휴에서는 다음날 19일까지 김지수 개인전, '풀 풀 풀-향'을 개최한다.

김 작가는 어린 시절 맡았던 후각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회화, 조형 등의 미술작품을 창작해냈다.

이번 전시회에서 후각이 유달리 발달했던 김 작가는 작가의 근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유전감각'과 작업실에 불이 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냄새나무' 드로잉 시리즈를 공개한다. 또, 아버지가 실제로 사용했던 낡은 서류 가방과 이끼로 작업한 설치작품 '아버지와나' 등을 선보인다.

'유전감각'은 가족의 체취를 채집해 작은 유리병에 넣고 가까이 갔을 때 관객이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설치한 작품이다. 김 작가는 체취를 맡았을 때 떠오르는 인상을 '태초의 이끼로 뒤덮인 숲에서 방금 걸어 나온듯한 체취',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의 냄새', '일만 년 된 원고지와 원고지 사이에 흐르는 공기의
깊고 넓은 냄새', '새하얀 노트에 고급잉크로 써 내려간 시의 냄새' 등의 글귀로 옮겨 적었다.

작업실에 불이 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냄새나무'에서는 물건이 탔을 때 나던 냄새와 그을림을 표현하고, 드로잉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향의 운동을 은유 작업으로 소개했다.

김 작가는 "온 세상이 보이지 않는 냄새로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며 "식물과 사람, 동물들은 서로 좋아하거나 꺼려하는 냄새에 의해 모이고 흩어지는 존재임을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 관련 정보는 아트스페이스 휴 홈페이지(http://www.artspacehue.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31-955-1595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