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서방님 올까봐 홀랑 벗고 잤더니 문풍지 바람에 설사병이 났네." 이 문구 뒤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선아리랑 후렴조가 저절로 나오기도 한다. "꼴두바우 아저씨 나쁜 놈의 아저씨 맛보라고 한 번 줬더니 볼 적마다 달라네." 간혹 읽기가 민망할 수 있으나 5일장에 나선 엿장수 재치가 도발적이다. 강원도 정선5일장 엿장수의 좌판을 끈적하게 달구는 자체 '선전 문구'다.

어물장수, 땜장이, 엿장수, 생강장수는 메밀꽃 흐드러지는 '진부'와 '대화' 5일장을 향하는 장돌뱅이들이다. 옛 시골 장터에는 삶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아직도 정선 전통시장의 엿장수는 여행 볼거리로도 인기가 그만이다. 전통시장이나 시골 장에서 느껴볼 만한 해학이고 풍자다.
시장은 지역의 중심이다. 경제활동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에는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과 정서가 살아 숨쉬어야 한다. 최근 인천 원도심의 전통시장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전통시장은 그대로인데 정작 주변 소비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도시재생의 빌미로 신도시가 구축되면서 전통시장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는 영향도 하나의 이유다.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검단신도시, 루원시티, 서창지구, 논현택지개발지구 등 신도시에는 이렇다 할 전통시장이 없다. 도시가 형성될 때마다 철저한 대기업 중심의 상업논리가 작용하다 보니 대형 유통업체가 경쟁하듯 밀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6월 기준 인천에 등록된 전통시장은 60곳이다. 원도심 동구지역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 무려 8곳이나 있다. 하지만 인구는 6만4718명에 불과해 1개 시장 당 고작 8089명이라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수요와 공급에 대한 분석, 서비스 개선, 경영 선진화 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전통시장문화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유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천 전통시장 주차장은 어떤가. 불편한가, 편리한가.
전통시장 상인들이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일반 생활형시장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의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신도시 대형 유통센터가 고장의 전통적 요소를 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전통시장의 경쟁 역량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