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3명 특별법 발의 … 전문가 "소급입법 형사법 원칙상 금지"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난 화성사건의 피의자 이모(56)씨 처벌이 가능할까. 경찰이 화성사건의 공소시효 적용을 없애는 특별법 제정으로 이씨의 법적 처벌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국회에 냈다.

현재까지 공소시효가 끝났더라도 '특별법'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전 대통령인 전두환·노태우 두 명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별법 제정을 놓고 '법의 안정성'과 '개인의 법적 지휘'를 훼손하는 법안, 즉 형법에 위배되는 법안이라고 판단한다.

22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찰청 등에 경찰은 안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이 지난달 20일 발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찬성 입장을 냈다.

경찰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낸 검토의견을 보면 '실체적 진실 발견과 합당한 처벌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의 측면에서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찬성한다'고 했다. 다만 경찰은 이씨가 저지른 범죄 종류와 횟수 등이 모두 확인된 이후 이를 반영해 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 특별법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이어진 화성사건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성사건은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15년)가 2006년 4월2일 만료돼 처벌 불가능하다. 만약 이 법이 만들어진다면 이씨를 처벌할 근거가 생긴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특별법 제정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이 제정되지 않거나, 처벌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한 과거 행위에 대해 새로운 법을 만들어 이씨를 처벌한다는 것인데, 이는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원칙인 '법률 불소급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화성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인데, 법을 바꿔 이씨를 처벌한다는 일은 형법에 위배된다"며 "만약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개인의 법적 지휘는 굉장히 불안해지고, 법질서를 믿고 행동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과거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제정해 공소시효가 끝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처벌한 사례도 있다"면서도 "당시 특별법은 공인들에 의해 교란된 헌정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일이었다. 화성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강현철 한국법제연구회 선임연구원(한국헌법학회 부회장)도 "이 특별법은 사건 당시 없었던 법을 새로 만들어 적용하는 일명 소급입법인데, 형사법 원칙상 금지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미 끝난 공소시효를 되돌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