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어르신 불편함 없도록 생애 단계별 생활 교육 중점
"주체적인 삶 살아가도록 '평등' 기회 공적지원 이뤄져야"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학령기에 공부할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죠. 그때 그 여성, 노인분들을 교육하는 곳입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스스로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생애 단계별로 요구되는 생활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늦깎이 학생들이 문해교육(한글교육)을 통해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최유경(사진) 안양시민대학 교장.

최 교장은 특별한 소명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내 이웃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 시작한 문해교육이 이제는 생활이 됐다고 말한다.

1996년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이며, 문해교육 전담기관인 안양시민대학에서 10년 넘게 교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한글 배움터로 시작한 안양시민대학은 기초문해교육과 교양문해교육, 초등·중등 학력인정프로그램, 고졸 검정고시 프로그램 등 2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월 400여 명이 이용하는 문해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문해교육 하버드'로 불린다. 설립 초기엔 학습자가 20~30명에 불과했는데 학습자의 수준과 요구에 맞춰 세분된 프로그램을 진행하자 2~3년 새 300여명으로 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즘엔 70~80대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최 교장은 2002년 전국 문해교육기관들의 협의체인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에서 사무국장을 지내다가 2005년 안양시민대학에 들어와 2009년부터 공동대표(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문해교육에 첫발을 내디딘 홀기는 국민의 의무교육을 민간에서 떠안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책무라면서 발족한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에서 일하면서부터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학원강사와 개인과외 선생으로 꽤 명성을 얻었지만, 아이들과 어른은 전달방식이 달랐다. 그래서 성인 학습자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연구하고, 또 학습자들의 삶의 궤적과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오랜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내놓은 문해교육 교재와 프로그램은 전국으로 전파되고 있다. 여기에 문해교사 양성을 위한 실습기관, 컨설팅, 멘토 등으로 안양시민대학은 어느새 문해교육 거점으로 인정받는 선도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최 교장은 "최근 개설한 소설 읽기반은 등장인물 성격분석과 자기말로 표현하기 등 소설과 연극을 융합한 특성화 수업으로 진행하는데, 학습자들이 발표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며 "어머니 학습자들이 매일 하나씩 배우며 성장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문해교육기관의 교육환경은 열악하지만, 그나마 안양시민대학은 안양시가 지난해와 올해에 교육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책걸상과 칠판 교체 비용 등을 지원해 다른 자치단체 문해교육기관의 부러움을 살 정도란다. 문해교육은 과거에 배우지 못한 사람이 그것을 채우는 교육이 아니라, 평생교육의 출발점이요, 오늘을 잘 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교육이라고 한다.

최유경 교장은 "제도권의 초등과 중등과정은 무상교육인데, 문해학습자에게는 '교육평등'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비문해 성인은 의무교육 유예자이기에 무상 문해교육은 국가의 책무다. 그런 만큼 언제, 어디서든지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공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양=글·사진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