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준비는 별로 안 되어 있으니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마도 경영자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듯하다. 현재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다가올 미래도 불확실성이 커지니 더욱 걱정이 많아진다고 한다.
"할 수 있는 자는 행하고,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 버나드 쇼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이미 무언가를 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남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기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이 필요하며 이미 의미 있는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모범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으려 애쓴다.

BCG라는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13년째 매년 발표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50대 기업'에서 그 대응전략 마련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순위는 전 세계 1500명의 고위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기반을 두고 산출된다. 여기에서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줄곧 1위를 달리던 애플이 3위로 물러나고, 아마존이 2위를 차지했고, 구글 알파벳이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2019년도의 순위는 큰 주목을 받았다. 구글 알파벳은 구글의 지주회사로 "A~Z까지 문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언어와 인류 최고의 혁신을 상징하며 구글의 검색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4위이고, 삼성이 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할 수 있는 일'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BCG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혁신 선도기업의 특징은 세 가지라고 한다. AI(인공지능)를 먼저 시작했고 혁신지원 플랫폼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이 이처럼 새로운 변신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혁신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라면 최근의 변화를 잘 살펴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애플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한 구글은 인공지능 퍼스트(AI First)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아마존은 소매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물론 알렉사, 아마존 웹 서비스 등을 통해 음성인식기술과 플랫폼 기반 서비스에서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 조사에서 역시 애플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애플은 선구적인 음성인식기술인 시리에 투자해왔고 플랫폼을 통해서 앱 개발자들에게 최고의 가상 작업장을 제공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강력한 글로벌 기업의 약진을 보고 있는 후발 주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대응전략을 짜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에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고사성어의 배경이 되었던 어려운 전쟁을 맞은 장수가 결단을 내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항우(項羽)가 어려운 싸움을 앞두고 군사들과 함께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히고(침주, 沈舟) 그동안 사용하던 솥을 깨뜨렸다(파부, 破釜)는 고사가 있다. 여기서 유래된 파부침주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태세를 갖추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새로운 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장한 결단이 필요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대응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구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과 대응방안을 다음의 4가지로 설명했다. 고민하고 있을 경영자들에게 유용할 내용이라고 생각되어 여기서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존속적이지 않고 파괴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혁신의 성과가 공평할 수 없고 손해와 피해가 수반된다. 셋째, 침묵하지 말고 시끄럽게 이야기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좀 소란스럽더라도 이야기해서 규제와 한계를 풀어내야 한다. 넷째, 주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혁신을 위해서는 융합과 스피드가 무척 중요하니 이를 주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의 앞글자를 모으니 공교롭게도 파부침주였다. 혁신성이 높은 기업들은 AI 도입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플랫폼과 생태계를 갖춘 기업은 다른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여 역시 좋은 성과로 연계하고 있다. 파부침주의 자세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혁신을 실행하는 기업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