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한강과 임진강 하구 공동이용 수역에 대한 수로조사가 실시됐다. '9·19 군사합의서'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한강하구 수역은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어업은 물론 세곡선 등이 활발하게 왕래하던 곳이다.
1953년 정전협정을 체결한 유엔군과 공산군 측은 육지가 아닌 이 곳에 군사분계선(MDL) 대신, 양측이 공동 관리하는 중립국 수역으로 선포했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군사분계선 끝단인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부터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말도까지 67㎞ 구간이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육지에 설정된 비무장지대(DMZ)와 같은 완충지대다. 지난 17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한강하구 남북공동수역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가 개최됐다. 이 용역은 한강하구의 경제적·생태적·역사적 가치를 재평가해 평화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67㎞의 한강하구 중립국 수역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경기연구원이 올 1월 시작한 이 연구용역에는 생태자원조사, 옛 포구의 역사·문화 복원, 평화 도보다리 건설 등 4대 분야에 15개 사업이 담겨져 있다.
경기도는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예산과 인력을 확보한 뒤, 지자체 협의와 중앙부처 건의 및 북측 협의 등을 병행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립국 수역은 정전협정과 그에 따른 추가 합의서, 유엔사 규정에 따라 남과 북 쌍방 강변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의 경우 필요하면 민간선박을 이용해 항행할 수 있지만 유엔군사령부군사정전위원회 통보와 북한 측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전 이후 중립수역을 통과한 민간어선은 1990년 폭우로 유실된 한강하류강변 수해복구를 위해 강화해협을 통과한 준설선과 2005년 한강에 전시할 모형 거북선 이동을 위한 항행 등 네 차례가 전부다. 전적으로 북한 측의 동의 여부에 따라 중립수역 이용이 가능하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따라 중립수역 활용계획이 먼 얘기일수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한강하구의 물길이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여는 마중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