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10주년 실학박물관

정부 외환위기 당시 국민 통합 목표
다산 정약용 연고지 남양주에 건립
배경·근대화 영향·대표실학자 소개
천문 지리 관련 고서·지도도 보관중
23일부터 최고실학자 소장품 특별전


경기도민들의 문화 향유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역할을 다해 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립뮤지엄 3개소가 올해 특별한 날을 맞이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실학박물관을 비롯, 백남준아트센터가 11주년, 경기도미술관이 13주년이 됐다. 도민들 곁에서 늘 함께 해 온 경기도 대표 박물관과 미술관의 발자취를 따라 '10+경기도립뮤지엄' 문화 여행 시리즈를 마련했다.

▲ 실학박물관 내부 전시실.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뮤지엄 상품을 판매하는 굿즈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히스토리를 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다산의 품에 세워진 실학박물관

실학박물관은 다산 정약용의 고향인 남양주 조안면에 세워진 국내 유일 실학 관련 박물관이다.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과거를 조망하고 현대에 어떤 가치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다산의 연고지에 세워졌다. 다산 정약용은 조선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꼽힌다. 경세가이자 학자로서 명망이 두터웠던 다산은 그의 업적을 높이 사 '2012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실학박물관의 건립에는 '실학사상'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실학박물관이 세워지던 당시, 정부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 이때 국민 통합과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기 위한 화두의 하나로 실학 정신의 계승을 천명했다. 실학이 가지고 있던 개혁성과 역동성에 주목하고, 당면한 외환위기를 극복해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한 새로운 사조로 실학을 등장시킨 것이다.

당시 '실학'의 중심지는 단연 경기도였다. 경기지역 학자를 중심으로 발생한 실학은 경기도에 많은 유적과 이야기를 남겼다. 이에 실학이 경기 천년을 대표할 인문학임을 인지한 경기도는 실학정신을 드높이기 위해 2003년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실학현양추진위원회'를 발족, 곧장 실학을 알리기 위한 기획안들을 구상했다. 그중에서도 실학을 연구하고 실학정신을 보급하는 중심기관으로 실학박물관 건립이 추진됐다.

실학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실학박물관의 위치 선정도 매우 중요했다. 경기도는 조선 후기 실학의 발생지이자 실학의 전성기를 주도적으로 이끈 지역이었고 실학과 관련된 유적이 도처에 매우 많았기에 박물관 부지 선정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실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반계 유형원 선생의 묘소가 있는 용인, 실학의 종장으로서 경세치용학파를 이룬 성호 이익 선생의 유적이 있는 안산, 동사강목을 저술한 순암 안정복 선생이 있는 광주, 다산 정약용의 고향인 이곳 남양주 등이 후보에 올라 각축을 벌였다. 수차례 치러진 전문가 회의를 통해 역사성과 활용성, 연계성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판단 아래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고향인 남양주가 선정됐다. 많은 규제와 역경 속에서 4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09년 10월23일 개관을 하게 됐다.

#자연과 인문학이 함께하는 곳

▲ 실학박물관 전경.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실학박물관 전경.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대지면적 40만7557㎡, 건축면적 20만3805㎡, 연 면적 29만9383㎡ 위로 3층 높이 건물로 지어졌다. 1층은 기획전시실, 2층에 3개의 전시장이 테마별로 구성돼 다양한 전시가 진행된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실학의 형성이라는 테마로 꾸며진 전시장으로 서양문물이 전래된 배경과 조선사회의 개혁, 변화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2전시실은 실학의 전개라는 주제로 조선이 근대화로 가는 가교 역할을 했던 실학사상의 다양한 면모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3전시실은 조선시대 천문과 지리를 소개하며 하늘의 별자리를 그려 넣은 천문도와 대한민국 지도, 세계 지도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아울러 조선시대 실학사상을 형성했던 대표적인 실학자 이익, 박지원, 김정희, 정약용, 박제가, 홍대용, 유득공 등의 고서들과 지도, 천문 도구 등도 볼 수 있다.

두물머리와 팔당호를 에워싸고 지어진 실학박물관 주변으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묘소를 비롯, 생가(여유당), 다산 정원과 다산 생태공원이 조성돼 박물관 이상의 기능을 전담하고 있다. 물과 산이 어우러진 주변 경관은 실학박물관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구성 요소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깨끗한 환경 자원 덕분에 실학박물관은 자연친화적 에코 뮤지엄을 지향하고 있다.

#10돌, 실학 보물이 한 자리에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실학박물관은 특별한 전시를 마련하고 있다.
개관 10주년 기념 행사로 오는 23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법고창신의 길을 잇다'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시는 혼개통헌의 보물 지정을 기념하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 아래 실학박물관이 10년 동안 수집하고 기증받은 소장 유물 50여점을 공개한다.

이번 '법고창신의 길을 잇다' 전시에서는 실학자의 저술과 간찰, 서화, 과학 등 4부에 걸쳐 구성하고 있다. 각각 주제에 따라 박세당의 장자 주석서인 '남화경 주해산보'를 비롯, 박지원의 친필 초고 '백련관잡록', 다산 정약용의 생전에 지은 저술서들과 대표적인 경세서 '경세유표', 안정복, 채제공, 김정희, 김육, 유금 등 당대 최고 실학자들의 소장품들이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희 실학박물관 관장 "박물관 대중화가 꿈"

김태희 실학박물관 관장

 "지식보다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실학박물관을 만들겠습니다."

7월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발탁된 실학박물관 김태희(사진) 관장이 16일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김 관장은 "개관 10년이 됐다는 것은 앞으로 돌아볼 역사가 생겼다는 의미"라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실학박물관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실학을 이해하고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실학박물관의 대중화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현재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한자보다 한글을 사용한 간결한 설명 방식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간소화된 실학 관련 문고 발간을 통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실학을 접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조선시대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실학박물관에서 두루 활용하여 실학박물관의 가치와 비전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희 관장은 조선시대 정치사와 정치사상사를 전공으로 연구하는 실학 전문가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다산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