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는 2위 일체

 

▲ 도마뱀(易역)을 칼( 도)로 발라내어 살과 뼈로 나누는 것이 剔(척)이다. /그림=소헌

 

민주주의는 인민(民)이 주인(主)되는 정치철학으로서 세밀하게는 자유自由와 평등平等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을 도려낼 수는 없으니 보수와 진보는 2위일체인 셈이다. 다만 보수를 지향하는 사람은 자유성향이 강하고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은 평등성향이 더 강하다.

지금 이 강토에서 보수는 진보에게 좌빨(좌파 빨갱이)이라 치부하고, 진보는 보수에게 우꼴(우파 꼴통)이라 능멸하고 있다.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이야 말로 전형적인 수구주의자라 하겠다.

수구守舊란 어느 한쪽만 죽어라고 외치는 자들을 천하게 이르는 말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이념과 진영을 대립시키고 부추기는 자들이며, 소득격차와 부조리한 분배에서 오는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자들이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상생발전을 저해하는 자들이며, 고유한 역사와 풍습을 왜곡하며 거짓된 종교와 외세에 결탁하는 자들이다.

수구척결(守舊剔抉) 개혁을 거부하며 낡은 제도나 집단이익을 고집하는 세력의 살을 바르고 뼈를 도려내다. 계파 패권주의에 물들어 정치, 경제, 사법, 언론, 교육개혁의 뒷덜미를 잡고 반민주반통일 악법을 영구히 획책하려는 세력을 솎아내는 것이다. 그 터전에서 민주는 만발하리라.


舊 구 [옛 / 묵은 / 오래되다]
①풀(초)을 물어온 새(추)가 절구(臼구)처럼 둥지를 틀고는 오래오래(舊구) 살아간다는 뜻이다. ②귀가 쫑긋한() 부엉새(/)가 둥지(臼)에 오래(舊) 앉아있는 모습이다.

剔 척[도려내다 / 긁어내다 / 깍지]

①易(역)은 몸 색깔을 자주 바꾸며(易역) 자기 꼬리를 쉽게(易이)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을 그린 글자인데, 해(日일)와 달(月월)이 바뀌는 모습이기도 하다. ②刀(도)는 한쪽 날이 있는 칼이며, 화폐나 거룻배로도 쓴다. 날카롭게 날이 선 칼이 (도)다. ③도마뱀(易역)을 칼(도)로 발라내어 살과 뼈로 나누는 것이 剔(척)이다.

抉 결[살 바르다 / 베다 / 깎다]
①手(손 수)는 손가락과 손목을 그린 글자다. 手가 부수로 쓰일 때는 자형이 (수)로 바뀐다. 하지만 이를 才(재주 재)와 모양이 닮았다 하여 '재방변'이라고 잘못 가르쳤다. ② (터놓을 쾌)는 꽉 막힌 중앙(央앙)의 한쪽을 터놓은 것인데, 활을 쏠 때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깍지 결'로도 부른다. ③ 막혔던(央) 곳이 확 트이니(쾌) 마음()이 상쾌하며(快 쾌), 막혔던(央) 둑의 한쪽이 터져(결)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가는 글자는 決(터질 결)이다. ④ 뼈를 감싸고 있는 살을 손()으로 도려내었으니(결) 抉(결)이라 한다.


35일 천하(三五天下)를 이룬 조국 법무장관의 사퇴는 새로운 과제를 남겨 놓았다.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행사를 위해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니, 이제 남은 이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를 완성시켜야 한다. 참, 그 일은 수구주의들이 가장 싫어한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