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정치부 기자

 

이달 인천시청 앞에는 너른 광장이 만들어졌다.
싱그러운 녹색 잔디 옆엔 누구나 앉을 수 있는 벤치와 테이블이 놓였고, 노란 꽃이 만발한 정원 앞엔 나무로 만들어진 데크 의자들이 생겼다. 시청사 담벼락을 허물고 새로 단장한 '인천애(愛)뜰'이다.
인천애뜰이 조성되면서 시청엔 몇 가지 변화가 생기는 중이다. 우선 광장과 청사를 연결하는 출입문이 굳게 닫혔다. 시민들이 드나들던 청사의 문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게 됐다. 누구든 방문 목적을 밝혀야만 들어갈 수 있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공무원과 기자들도 신분을 입증하는 카드를 찍어야만 한다.
내년엔 청사의 창문도 굳게 닫힐 예정이다. 시는 내년도 본예산 17억원을 편성해 청사에 이중창문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3일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시의원들은 "확성기 소음으로 직원들이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공무원들의 민원사항을 언급했다. 이에 시 행정사무국장은 이중창 설치 계획에 대해 언급하며 "의회청사 창문에도 이중창을 설치하는 방향을 고려해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편의와 시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인천애뜰의 운영 규정을 담은 조례안도 시의회 본회의를 결국 통과했다.

조례에서는 시민들이 광장에 '입성'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인천애뜰을 이용하려는 모든 시민들은 시청 총무과에 서류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공 질서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사회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을 경우, 시청은 자체적으로 불허할 수 있다.
또 집회·시위를 하기 위해서는 경찰서와 시청에 이중신고를 해야 하며, 그마저도 청사 바로 앞 잔디마당에서는 규정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인천시민들을 위한 열린 광장은, 권리를 주장하고 피해를 호소하려는 이들에게 함부로 열리지 않는다.
청사는 갈등을 일으키는 시민들에게 문을 닫기로 했다. 인천시민들은 열린 광장을 얻는 대신, 닫힌 시청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