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왼쪽)·장은선 교수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심각한 수준의 번아웃(소진·Burnout)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지속적인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장은선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4~10월 국내 44개 기관에서 내시경 검사 및 진료를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 2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그 결과 2차 및 3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주당 평균 71.5시간 동안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사 및 육아 등 가정과 관련된 일에는 주당 16.6시간을 사용했는데, 여성은 20.7시간, 남성은 14.3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함께 전체 대상자 중 89.6%가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소화기계 증상은 53.6%, 우울과 불안과 같은 정신적 증상은 68.9%에서 나타났다.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거나 내시경 시술을 많이 할수록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정신적 증상의 유병 비율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번아웃 증상은 222명 중 143명(64.4%)에서 관찰됐다.


 여성은 70.4%, 남성은 59.7%로 나타났다. 30대 여성은 심한 번아웃 증상인 이인감(depersonalization)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인감은 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기로부터 분리·소외된 느낌을 경험하는 것으로 사회생활 또는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증상들은 직업만족도의 저하로 이어졌다.


 여성 의사들은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의사가 되겠다고 답한 비율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고, 소화기내과를 택하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역시 낮았다.


 김나영 교수는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 특히 40대 이하 여의사들의 번아웃 증상이 심각하다는 사회적 문제를 밝혀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의사들의 근무 형태를 개선하고 여의사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Digestive Disease and Science) 온라인판에 실렸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