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무산되자 녹화해 TV로 방영하기로
야당 의원들 반발에 시정연설을 하지 못하고 입법회를 떠나는 홍콩 캐리 람 행정장AP통신=연합뉴스
야당 의원들 반발에 시정연설을 하지 못하고 입법회를 떠나는 홍콩 캐리 람 행정장/AP통신=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다섯달째를 맞은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계획했던 시정연설이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지난 2017년 3월 취임 후 세 번째 시정연설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정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야당 의원들은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그의 시정연설을 방해했다.

일부 의원은 홍콩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가면을 얼굴 위에 쓰고 있었다.

이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캐리 람은 즉각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그의 시정연설을 방해했고, 결국 캐리 람 행정장관은 11시 20분 무렵 입법회 의사당을 떠났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 행정장관은 매년 입법회 가을 회기 때 시정연설을 하며, 시정연설을 통해 향후 1년 동안 홍콩을 이끌 주요 정책과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올해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다섯달째 이어져 오는 상황이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 사태를 해결할 '빅뱅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전날 캐리 람 장관이 직접 밝혔듯이 올해 시정연설은 홍콩의 심각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주택 공급과 부동산 안정 대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의 요구사항 수용은 없을 전망이다.

홍콩 정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시정연설을 녹화해 오후에 TV를 통해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