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 소장

 

출퇴근길 서울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은 사람 행렬에 치인다. 온통 청년들이다. 여기가 바로 G밸리다. G밸리는 구로, 가산, 금천의 첫 글자인 G와 벤처밸리를 합친 말이다. 과거 산업단지 대명사인 구로공단이 정보기술(IT) 옷을 입고 변신한 것이다. 또 벤처하면 서울벤처밸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이어지는 4㎞구간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테헤란밸리'라고 불린다. 정보기술 관련 기업들이 모여 IMF 위기 극복 주역을 맡기도 했다.
경기도는 판교테크노밸리가 먼저 보인다. 판교밸리는 I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 융합기술단지다. 이밖에도 수원, 안산, 시흥에 벤처집적단지가 있다.
중소기업은 숫자로 '9988'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고용 인력의 88%를 맡고 있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벤처는 중소기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준다.

눈을 인천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 벤처기업 수는 2015년 3만개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60% 가량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하지만 인천의 벤처기업 수는 전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태펀드 투자 비중도 수도권이 70%를 차지하지만 인천은 2% 정도에 그친다. 말이 수도권이지 부산, 대구, 경북에도 뒤진다. 인천에서 벤처하면 어디가 떠오를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곳이 없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에 바이오헬스밸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송도 '투모로우시티'는 정부 스타트업 파크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창업과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변신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송도 바이오헬스밸리 조성사업은 이의 제기가 어렵다. 최고의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있으니 200여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하면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의 중심을 송도에 두겠다는 구상은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왜 송도인지 납득하기 어려워서다.

인천시는 박남춘 시장 취임 후 어느 시·도보다도 도시재생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의지가 강하니 담당 부시장 직함을 정무부시장이나 경제부시장이 아닌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라고 했을 정도다.
도시재생은 인천개항창조도시 등 도시재생 유형별로 나눠 한창 추진되고 있다. 산업단지 재생도 활발하다. 남동산단은 재생사업지구로 지정됐다. 주안과 부평산단은 청년친화형 산업단지로 선정됐다. 여기에서 청년 창업과 혁신 생태계를 위한 전진기지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천 벤처의 중심은 어디가 돼야 할까. 송도국제도시일까 재생 산업단지일까. 창업-스타트업(초기 벤처)-벤처-중소기업-중견기업으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을 제대로 이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도시에는 역사와 스토리텔링, 청년이 존재해야 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는 청년이다. 도시재생에서 청년의 공간을 만드는 이유다. 원도심 재생이든 산단 재생이든 청년이 없으면 알맹이가 빠진 것과 다름없다.

지금 인천에서 벤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톱다운 방식의 결정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정복 전 인천시장은 인천의 중소기업 지원 기관을 통합했다. 인천테크노파크,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 3개 기관을 합쳤다. 효율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알만한 사람은 모두가 의아해했다. 중소기업 지원도 엄연히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어서다.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지 않았으니 좀체 순항이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통합기관은 과연 중소기업 지원을 이전보다 잘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송도의 투모로우시티가 창업 거점이 되면 인천 벤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곳에서 청년이 밝은 얼굴로 상상력을 발휘하며 꿈을 펼칠 수 있을까.
벤처는 청년을 숨쉬게 한다. 일자리를 주고 꿈 실현을 도와준다. 도시재생과 청년, 벤처는 떼어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창업거점의 중심은 산단이 돼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재생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3개 산단을 업종별 창업거점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토대로 인천을 대표하는 벤처밸리로 키우는 것은 어떨까.
"인천 벤처는 안녕하십니까." 청년 일자리가 절박한 이 시점에 꼭 묻고 싶은 얘기다.


# 이완식 소장은 인천 대건고, 인하대를 졸업했다. 전자신문 편집국 부국장·그린데일리 편집국장, 지역총국장, 논설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광기술원, 한국발명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