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관할 인구는 서울과 인천, 경기 북부, 강원을 포함해 1766만명에 달한다. 인천고법을 설립해 비대한 서울 중심 법원 조직을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대한민국 헌법도 인천시민에겐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항소심 재판을 인천이 아닌 서울고법에서 받아야 하는데, 재판까지는 반나절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본적 해결법은 인천에 고등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수원고법이 문을 열면서 전국에는 서울·대전·대구·부산, 광주 등 모두 6곳의 고법이 재판을 담당한다. 고법이 설치된 지역 주민들의 경우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가지 않는 한 모든 사법 서비스를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반면 인천시민은 인천지법 합의부 사건 등의 항소심 재판을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서울고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런 불편을 감안해 임시방편으로 올해 초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가 개원했지만 현재 2개 재판부(민사·가사)만 운영한다. '반쪽짜리 원외재판부'인 셈이다. 열악한 사법 서비스에 따른 피해는 인천시민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인천지법은 인천과 함께 인근 경기 부천과 김포도 전담하는데, 전체 관할 인구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431만여명에 이른다.

시민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사법 서비스를 받는 일은 당연하다. 사법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서울고법이 인천지법 사건 관할권을 쥐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지방분권 시대에는 자치단체 아래 고법이 필요함에도 아직 구체적 논의를 하지 않는 상태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인천고법 설치를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고법에 쏠린 재판부는 과부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재판부를 인천에 이양한다는 취지는 인천고법 설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민들에 대한 사법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인천고법 신설은 마땅하다. 수원고법이 설립되기까지 지역 법조계와 주민, 경기도가 한데 뭉쳐 10년 넘게 줄기차게 운동을 벌인 일도 인천 지역사회는 돌아봐야 한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계속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