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성시 화옹지구를 가다
▲ '수원군공항의 확실한 이전이냐, 쓰레기매립장 건립이냐' 등 화옹지구 개발을 놓고 각종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주민들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사진은 화옹지구 전경.


1.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 연기

2. 쓰레기 매립지 건설 소문

3. 보상노린 벌집주택 우후죽순


대규모 개발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화성시 '화옹지구'. 드넓은 대지에는 수풀만 우거졌고, 각종 공사로 파헤쳐진 곳곳에는 바닷물만 고여 있다.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공사 차량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인도와 차도는 온갖 잡초가 무성히 자라 형태도 알아볼 수 없다. 개발이 멈춰진 탓이다.

지난 10일 화성시 '화옹지구' 일대를 둘러봤다. 이곳은 수원·화성에 걸친 '군 공항 이전 사업'이 거론된, 이른바 예비이전 후보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화옹지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1991년부터 만든 간척지다. 사업지구는 모두 1~9공구로 나뉘며,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4482㏊다.

여러 기관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왔으나, 눈으로 보니 개발 쪽으로는 아직 척박한 수준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군공항 전투기 소음이 90웨클(WECPNL·항공기소음단위)에 달하는 수원시 평동에서 화옹지구로 향했다. 화옹지구에 가까워질수록 주택과 상가들이 급격히 줄었다. 학교, 유치원, 병원 등 사람 사는데 필요한 시설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오전 11시쯤 화옹지구 앞에 도착하자, 인기척이 싹 사라졌다.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는 '적막' 그 자체였다. 화성시가 모든 협의를 전면 거부하면서 군공항 이전 사업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 시골 같은 풍경과 달리 농경지도 없었다. 생활용수를 만드는 '담수화' 작업마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이 조용한 땅을 놓고 각종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뜨겁게 달아오른 모양새였다.

같은 시각 우정읍 원안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화성 서부권이 위험하다, 폐기물처리장 결사반대', '주민 죽이는 폐기물 매립장' 등의 현수막이 사방에 걸려있다. 군공항 대신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에서다.

한 주민은 "쓰레기매립장은 혐오시설이어서 사람이 없는 곳에 만들어진다"며 "주민이 없는 데다, 땅덩이가 넓은 화옹지구에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그는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군공항이 반드시 이전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박모(56·우정읍)씨는 "올해부터 군공항 이전 보상을 노린 벌집 형태의 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며 "공항 건설이 확실하니깐 그런 것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 마을에서 눈에 띈 벌집 주택만 어림잡아 50곳이 넘었다. 대부분 컨테이너보다 조금 큰 조립식 패널 형태였다. 화성 남양·우정·장안·서신·마도 지역 사이에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불확실한 정보가 나도는 가운데 관계기관의 의견은 뒤죽박죽 섞이면서 애먼 주민들만 속을 태우고 있다.

김모(65·우정읍 매향리)씨는 "수원시에서는 군공항이 이전된다는 입장인 반면 화성시는 정반대다"며 "양측 입장이 다르니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공동으로 사업설명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