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철 문화체육부장

성경 <로마서>에 대한 연구서이자 설교집을 두 권에 걸쳐 최근 출간을 완료한 인천내리교회 담임목사 김흥규 목사의 <로마서 강해>의 두 번째 책 제목은 '악한 자 vs 강한 자'이다.
김 목사 강해에 따르면 로마서 14장에 나오는 '약자'와 '강자'는 당시 로마교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 상황을 고려해서 바울 자신이 고안해낸 용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약한 자'와 '강한 자'의 의미는 강대국과 약소국, 부자와 가난한 자, 남성과 여성, 고용주와 고용인 등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사회, 국가의 모든 우열관계에 어김없이 적용되고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와 'AI 시대'를 앞두고 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래세대에 가장 강력한 힘의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정보를 가진 자가 '강자'로 군림하고 정보를 갖지 못한 자가 '약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 '조국 정국'을 둘러싸고 광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광장이 둘로 나뉘어 뜨거워진 중심에 검찰의 '수사 정보'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 있다. 한쪽에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범죄자이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쪽에서는 '조국 수사'가 치부 찾아내기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개혁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쪽 광장에 서 있거나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기 쪽이 알고 있는 정보만 진실이라고 믿고 공유하지만 다른 쪽의 정보는 거짓이기 때문에 믿으려하지 않고 오히려 '가짜 뉴스'라고 공격한다. 두 개로 갈라져 있는 광장에서 결코 타협하거나 양립할 수 없는 구호가 오가는데는 결국 검찰이 쥐고 있는 정보의 독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조국 수사'의 결과물들을 보면 많은 양이라고 추정되는 검찰의 정보가 산발적이면서 다양한 언론들의 지면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조 장관쪽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들게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흩어져 있는 관련 보도를 보면 각 언론의 일련의 보도가 자체 모순이 있는 부분도 있고, 시간이 지나 각 보도를 종합해서 찬찬히 분석해서 보면 '선정주의'로 치우친 보도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정보의 유출 창구라고 알려진 정치권에서도 정보를 습득하게 된 경로는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얻은 정보만 마치 기정사실화된 피의사실인 것처럼 공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조차 조 장관에 대한 날선 공방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민의가 광장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을 자초한다.
결국 '조국 수사'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쥐고 있어 '절대 강자'라고 여겨지는 검찰과 함께, 자칭 타칭 강자라는 정치권과 언론이 검찰이 갖고 있는 정보를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알기 위해 검찰주변을 기웃거리고 그렇게 알게된 조그만 정보라도 얻게 되는 쪽에서 '내가 강자'라고 소리치고 으스대는 형국이라는 평도 나온다.

우리는 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이슈마다 수많은 광장을 지켜보고 경험해왔다.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 협상 반대 ▲2011년 반값 등록금 공약 ▲2014년 세월호 침몰 진상 규명 ▲2016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등이다.
인천에서는 1986년 시민회관 사거리에서 정점을 맞은 '인천 5·3민주항쟁운동'이 대표적이며,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리응원도 전국 곳곳의 광장을 시민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구었다.
최근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광장에 모이게 한 '조국 수사'를 지켜보면서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면 지금까지 '수사 정보'를 독점해온 검찰이 변해야 하고 달라져야 한다는 의식과 함께 정치권과 언론의 민낯의 일부가 국민들 앞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절대 강자'로 알려지던 검찰의 개혁은 특정 정권이나 정치권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서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지만 '한없이 약한 존재'로 느껴지던 시민들만이 가능한 일이지만 이것조차도 '약한 자와 강한 자'의 대결로 비쳐져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점도 묵직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