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16종목만 전수관 이용
▲ 지난달 수원시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열린 '대가의 초대'(수원문화재단의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 공연 모습. /사진제공=수원문화재단

 

하남에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무형문화재 A(68세) 씨는 지난 4월 우리나라 전통 '돛단배'를 만들다가 200만 원 가량의 과태료를 물었다. 돛단배는 제작 과정에서 비를 맞으면 주재료가 되는 나무가 부식될 수 있어 실내에서 만들어야 하지만, 마땅한 작업공간이 없는 A씨는 본인 소유의 노지 위에 천막을 치고 작업을 했다. 그러나 A씨가 작업한 장소는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어 작업물이 '불법공작물'로 간주됐다.
8일 A씨는 "땅이 있어도 작업실을 지을 수도 없을 뿐더러 지역에 전수교육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벌금 내더라도 이게 최선인 상황"이라면서 "전승 활동을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도 무형문화재 제20호 광명농악 보유자들도 그동안 연습 공간이 없어 지역 문화원 내 운동장을 빌려 사용했다. 연습시 발생하는 농악 소리에 항의하는 인근 도서관과 아파트 단지의 민원이 넘쳐났다. 1997년부터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전승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농악이 마땅한 연습 공간이 없어 한낱 소음공해 취급을 받아 온 것이다.
광역단위 전수교육관이 없는 경기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이처럼 열악한 전승 환경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도 무형문화재 68종목 중 16종목(23.5%)의 보유자들만이 시 전수교육관을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52종목(76.5%)의 보유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수교육관은 없다.
도는 11개 시에 17개의 지역 전수교육관을 설치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니면 전수교육관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다.
도내 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조교는 "인근 지역에 전수교육관이 있어도 그 지역에 사는 도 무형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연습실을 빌릴 수 없었다"며 "이용할 수 있는 전수교육관이 없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 전승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도는 광역단위 전수교육관 건립이 일부 지역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광역단위 전수교육관 건립을 검토할 필요성은 있으나, 자칫 특정 지역에 특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전통문화 활성화를 위해 각 시·군 단위에 전수교육관을 확대해가는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무형문화재 권우범 소목장은 "지역에 전수교육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도가 국비 보조를 해준다고 해도 운영 부담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 기초지자체가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며 "규모와 수준이 있는 전수교육관을 지을 것이 아니라면 전수교육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림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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