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잇는 한끼 … 너와 나의 연결 '고기'
▲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 로고
▲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 로고
▲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 쿠폰기부 알림판.
▲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 쿠폰기부 알림판.

 

[상호명답게 … 결식아동부터 유기견까지 품는 청년]

"가게 로고 '공(共)Zone'은 '함께 하는 공간'이라는 뜻인데 넓게 보면 지구 자체도 같이 사는 곳이고 지구 생태계도 공존하는 것이지요. 좁게는 우리나라, 남한, 인천, 부평구, 백운동 모두 공존하는 공간이지만 모두 잊은 채 살고 있어서 저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나 직원들에게라도 리마인드시키고 싶어서 '공존'으로 지었어요."

인천 부평구 부평3동행정복지센터 옆건물 2층에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대표 김용우씨는 굳이 '대표'라는 호칭을 사양했다. '공존'의 뜻을 함께 나누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동네 주민들 가운데 한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6년전에 '공존'을 개업한 뒤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고 '공(共)Zone'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지키는 원칙이 있다.

"첫째가 마진율을 줄이자는 것이에요. 너무 많이 남기려 하면 결국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경우 마진율을 25%에서 15%로 줄여 싸게 팔고 있어요. 하지만 품질 관리를 잘해서 경쟁력을 유지하죠. 둘째가 수익의 기부예요. 수익의 일정액을 공동체 안으로 환원하자. 이 동네서 먹고살려면 이 동네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 돌려주자는 취지예요. 셋째가 청년과 공존하기예요. 부족한 부분이 있는 청년들을 '아프니까 어서 와라'며 보듬으면 금세 같이하게 돼요. 그렇지만 아무나 받아주는 건 아니고 나아지지 않으면 함께 하지 않아요."

'공(共)Zone' 내부 벽면 곳곳에는 김씨의 운영철학을 나타내는 듯 중용(中庸) 23장의 구절인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하게 할 수 있다'거나 래퍼 도끼의 '너와 나의 연결 고리'의 가사가 적힌 배너가 걸려 있다.

"공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몇가지 실천을 하고 있어요. '아이와 공존하기'는 결식아동 지원카드인 '푸르미카드'를 갖고 오면 1회 사용한도가 4500원이지만 저희 가게에서는 모든 메뉴를 눈치 안보고 골라 먹을 수 있어요. 또 '노인과 공존하기'는 손님들이 음식값 1만원당 5%씩 쿠폰으로 기부하면 저희가 현금으로 바꾸어서 이동네 독거노인들에게 매주 도시락배달을 하는 '아름다운센터'라는 곳에서 사용해요. '동물과 공존하기'는 안락사 직전의 유기견센터의 애완견들을 동네사람들에게 분양하고 있어요."

작은 음식점에서 함께 일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동네 주민들이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공존'의 가치를 실천하는 김씨의 운영철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뜻을 같이하려는 손님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주로 가족 손님들이 스테이크 등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오후 10시쯤 지나면 본격적인 술손님이 찾기 시작한다.

4인석 테이블 30개가 있어 20~30명의 직장 회식은 물론 100명이 넘는 단체행사도 한번에 치를 수 있다. 걸어서 1~2분 걸리는 공영주차장이 주변에 2곳이 있다. 구월동에 2호점과 동수역 근처에는 핸드폰 전문점 '공존'도 최근 문을 열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욕심 덜고 육질 더하는 '그 집'의 추천메뉴]

▲ 안심하거라 스테이크
▲ 안심하거라 스테이크
▲ 백운 왕갈비 등심스테이크
▲ 백운 왕갈비 등심스테이크

 

●안심·등심 스테이크
'공존'의 대표 메뉴. 호주산 냉장육을 재료로 쓰는데 3일에 한번씩 공급받아 올리브유와 로즈마리를 함께 밀봉해서 3일간 냉장 숙성하면 맛과 육질을 최고의 상태로 높일 수 있다. 스테이크 요리는 김용우씨가 직접하는데 음식점을 하는 동안 요리 실무를 놓지 않으려는 신념 때문이다.
이집 스테이크는 독특한 명칭과 사연이 맛을 더해주는데 '안심하거라 안심스테이크'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떠난 규하라는 전 직원이 호주산 소고기의 기밀을 알려와 국내산 한우보다 값도 싸고 양도 많지만 맛도 좋은 스테이크를 제공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붙여진 이름이다.
'백운 왕갈비 등심스테이크'는 브라질 출신의 직원 라파엘이 부채살 대신 등심으로 바꾸자는 건의와 갈비소스가 제일 맛있다는 주장에 따라 고기의 최고의 육즙과 식감은 브라질 사람과 한국인이 별차이 없는 것 같다며 찾아낸 메뉴다.

▲ 이베리코 에스테르
▲ 이베리코 에스테르

 

●이베리코 에스테르
스페인 햄 하몬을 생산하기 위해 이베리코 지방에서 사육되는 돼지 품종으로, 풀과 도토리, 곡물사료 등을 먹여 키워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캐비어,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로 꼽히는 식재료이다. '공존'에서는 이베리코의 최고등급인 '베요타'만을 사용하는데 에스테르는 우리말로는 흑돼지 갈비살 꼬치구이 정도.

▲ 통삼겹 스테이크
▲ 통삼겹 스테이크

 

●통삼겹 스테이크
돼지를 즐겨먹는 독일사람들의 조리 방식을 따랐다. 스페인의 듀록이라는 품종의 삼겹살에 맥주를 발라 오븐에서 2시간가량 익혀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 식감을 자랑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돼지고기의 새로운 맛으로 집에서 쉽게 해먹을 수 없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 비프 왕창 샐러드
▲ 비프 왕창 샐러드

 

●비프 왕창 샐러드
갖가지 신선한 야채를 방석처럼 푹신하게 깔고 호주산 소고기를 얹은 뒤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에서 우유로 만들어지는 그라나파다노 치즈와 함께 레몬 드레싱으로 맛을 더했다.


 

▲ 김용호 인천아트센터 대표이자 인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을 찾았다.
▲ 김용호 인천아트센터 대표이자 인천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을 찾았다.

 

[김용호 지휘자가 찾은 '공존']
"여러 악기의 하모니처럼 모두가 어우러지는 곳"

"인천청소년교향악단은 고(故) 김형태 선생님께서 1985년 창단한 이래 34년동안 해마다 정기연주회, 찾아가는 음악회, 팝 콘서트, 여름음악캠프 등을 개최하고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대만 등 해외연주를 통해 인천을 알리는 문화사절단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김용호 인천청소년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자 인천아트센터 대표가 인천 백운역 인근에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 '공존'을 찾아 음악과 음식에 대해 맛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소년교향악단에서 활동하던 연주단원들이 성장한 뒤 음악을 전공하게 된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클래식 전문연주단인 인천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99년 3월 첫 연주회를 가진 뒤 지금까지 300여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또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로 구성된 인천시민오케스트라는 모든 단원들이 각자 직업에 충실하며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 모임으로 2010년 창단연주회 등 해마다 2회 이상의 연주회를 갖고 있어요. 이들 3개 단체가 함께 유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인천예술원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2010년부터 '인천아트센터'로 단체 이름을 바꿨어요. 그런데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이 개관하면서 시민들이 우리 쪽에 문의전화를 하는 등 혼선을 빚는 일도 있었어요."

34년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의 인격 및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고 청소년 예술문화 육성을 위해 청소년교향악단을 창단하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인천 청소년 교향악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故) 김형태 선생과 김용호 대표는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2년여 투병생활 끝에 2012년 작고하신 김형태 선생님은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지금의 김용호'로 이끌어준 인생의 길잡이 같은 분이셨어요. 제가 처음 바이올린을 잡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음악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주셨어요."

바이올린을 전공한 김 대표는 처음에는 연주자의 길을 고집했지만 결국 김형태 선생의 권유에 따라 지휘자의 길로 들어선다.

"김형태 선생님이 지휘를 하라는 수차례 권유에도 바이올린을 놓지 않았는데 지휘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였던 정치용 선생님과 함께 원주시향에 연주자로 참여했을 때 정 선생님 지휘모습에 매료됐어요. 이후 클래식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현지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을 하게 됐어요."

김 대표는 지난 8월17일에 가진 인천청소년교향악단의 34회 정기연주회를 가장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꼽았다.

"이번 연주회는 청소년교향악단과 인천교사오케스트라와 5·3합창단, 인천마을활동가합창단, 미추홀소년소녀합창단, 남동구여성합창단이 함께 무대를 꾸몄는데 어느 때보다 많은 단체가 협업을 통해 '인천의 하모니'라는 연주회 주제를 잘 표현해서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어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김 대표는 인천의 청소년은 물론 시민들이 음악을 친구처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인천아트센터를 이끌어가려는 목표와 함께 북한의 청소년들과 클래식 연주를 하는 꿈도 갖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현악, 관악, 타악 등의 하모니라면 '공존'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