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등록 인천 공장명 한글 42% 불과
외투 촉진 목적 '영문공시 활성화' 바람
식당·옷집 등 영향 … 한글 되레 돋보여
아버지와 함께 인천 서구에서 가구 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김성원(37)씨는 2~3년 내로 공장 상호를 바꿀 계획이다. 20여년 전, 성원씨 아버지는 사업을 시작하며 작명소에서 돈깨나 주고 받아온 상호를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중앙', '승리', '대성' 등처럼 뜻 좋은 한자 조합이다.

곧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물려받게 되면 상호 변경을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성원씨는 "몇 개 생각해 놓은 후보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건 '원 우드'(ONE WOOD)다. 내 이름에 '원'이 들어가기도 하고, 비교 불가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겼다"며 "예전식 이름으로는 아무래도 지금 소비자들에겐 '어필'이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신규 989개 공장 중 한글식 표현은 절반도 안 돼

매년 인천시가 발표하는 지역 공장 등록 현황 자료를 들여다보면, 성원씨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업자들이 많은 모양새다.

지난해 최초 등록한 인천지역 공장은 모두 989곳. 이 가운데 한글이나 한자 2음절 이상 사용 없이 외래어 상호 공장은 전체 58% 수준인 570여곳이다.

'이테크놀로지', '한인포'처럼 실질적 상호가 한 글자인 사례는 국어라고 보기 어려워 외래어 표기로 분류했다. 대신 '유진텔레콤'이나 '부광메탈'처럼 상호에 영어가 포함돼 있어도 한글이 2음절이 넘으면 한글 상호로 봤다. '에스티알'처럼 영어 알파벳을 나열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토마스', '제니'와 같이 흔한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쓴 사업장도 눈에 띈다.

지난 1954년 07월 '동국제강'이 지자체에 공장 등록을 한 이후 60년 넘는 지역 공장 역사에서 업체 상호는 2~3개 한자 조합이 보통이었다. '대한제분', '풍산금속', '현대제철' 등 기업 성격을 알리는 단어를 제외하면 사람 이름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현재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인천 공장 1만1730곳을 설립 연도순으로 줄 세워보니 외래어 혼합 상호는 2000년대 들면서 본격적으로 바람이 불었다. 기업들이 애용하는 영어 표현인 '네이처', '스마트'는 각각 2007년, 2010년 처음 등장했다.

인천지역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상장사 영문공시 활성화를 추진하는 거랑 똑같다. 세계화 분위기 속에 지역 경제계도 수출과 수입에 밀접해지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며 "창업자가 이름 고민하며 철학원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전했다.

▲다문화 확대에 "내수 경제 곳곳 외래어"

인천 공장들이 수출·입 흐름에 맞춰 외래어 상호 표기에 적극적이라면 내수 소비재를 제공하는 식당과 카페, 옷집 등은 해외 문화 확산과 인구 유입에 영향을 받고 있다.

단순히 외래어 표기로 채운 빵집, 카페, 옷집에 더해 외국인 소비를 끌어당기기 위해 외래어만 사용하는 곳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산업단지 주변 상권에서 간판, 메뉴판에 한글을 찾아보기 힘든 외국 음식점이 인천에서도 세를 불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관련 법상 일반음식점은 크게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음식점으로 구분한다. 베트남, 태국, 러시아 등 인천 내 '기타 외국식 음식점'은 2006년 11곳에서 2016년 130곳으로 늘었다.
최근 인기 높은 중국 동북부 음식점은 중식으로, 일부 외국 음식점이 한식이나 서양식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실제 증가치는 이에 몇 배가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한글 잘 쓰는 기업 되레 눈길
인천 경제계에 외래어 사용이 잦으면서 한글을 잘 활용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돋보이는 반사 이익 얻는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로만 따지면 신생 기업 중 9월 서구에 문을 연 소방용품 제조업체 '창창한'이나 미추홀구 기계 설비업체 '바른 기술', 서구 기어·감속기업체 '아이거산업' 등은 번뜩이는 한글 작명으로 보는 입장에서 이해가 쉽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