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키운 다양성 영화, 부산 해운대 은막 수놓다
▲ '69세'의 한 장면. /사진제공=경기콘텐츠진흥원

 

▲ '니나 내나 '의 한 장면. /사진제공=경기콘텐츠진흥원

 

▲ '버티고'의 한 장면. /사진제공=경기콘텐츠진흥원

 

▲ '이 세상에 없는'의 한 장면. /사진제공=경기콘텐츠진흥원

 

▲ '젊은이의 양지'의 한 장면. /사진제공=경기콘텐츠진흥원

 

▲ '집 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제공=경기콘텐츠진흥원


69세
성폭력 사각지대 속 여성 노인에 초점
니나 내나
가족 떠난 엄마 찾는 3남매의 여행기
버티고
주인공 천우희 복잡한 심리 묘사 돋보여
이 세상에 없는
절망 속 무명 가수에 내민 구원 그려
젊은이의 양지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 단상에 포커스
집 이야기
보편적 소재로 그려낸 가족愛 이야기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달 3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85개국 303편의 영화가 오는 12일까지 열흘간 상영되는 가운데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제작 투자 지원사업에 나선 다양성 영화 6편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경기도가 지원한 영화 6편을 만나보자.


◆경기 인디시네마
다양성 영화는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영화를 총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상업 영화에 비해 배급, 상영 기회가 적은 다양성 영화 지원을 통한 영화산업 발전의 토대를 육성하고, 경기도민의 다양한 영상문화 향유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경기 인디시네마'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경기 인디시네마'에서는 상영관 40개와 협약을 통해 상영관 확보에 나서며 홍보 마케팅 지원 등 배급지원에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한, 다양성 영화의 날을 지정해 다채로운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감독, 배우들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주관하며 다양성 영화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이 중 지난해 지원작인 ▲'니나 내나' ▲'젊은이의 양지' ▲'이 세상에 없는' ▲'버티고' ▲'집 이야기' ▲'69세' 이상 6편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상영 기회를 안게 됐다. 특히 임선애 감독의 '69세'는 이번 영화제에서 '뉴 커런츠(New Currents)'상 본선 진출작 14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 커런츠 상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밖에 5편은 '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69세
예수정, 기주봉이 주연을 맡은 임선애 감독의 영화 '69세'는 69세의 주인공 효정이 한 20대 간호조무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로 겪게 되는 수모를 소재로 했다. 성폭행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인 여성의 인권과 노년에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용은 효정이 성폭행을 당한 후 혼자 괴로워하다 동거 중인 동인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게 되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지만 간호조무사가 20대라는 사실에 담당 형사는 효정을 믿지 못한다. 게다가 간호조무사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효정은 충격에 빠지게 되고 며칠 후 그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동인은 간호조무사를 계략에 빠뜨릴 궁리를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사바하', '남한산성' 등의 작품에서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발히 활동해 온 임선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영화제에서 4회차 예매가 모두 매진될 만큼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상영일정>
10월8일 오후 7시30분(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10월10일 오후 8시(메가박스 해운대 장산 7관)

#니나 내나
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부문에 초청된 '니나 내나'는 건축학 개론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었던 '명필름'에서 제작한 영화다.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김진영이 출연하고 이동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동은 감독이 3~4개월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는 이 작품은 경남, 부산을 배경으로 오래전 가족을 떠난 엄마로부터 한 장의 엽서를 받게 되면서 엄마를 찾아 떠나는 삼 남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보고 싶다'는 한 문장만 덩그러니 적혀 있는 엽서를 받은 삼 남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지만 결국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경남, 부산 출신 지역에 배우들이 대거 포진된 이 영화는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가 압권이다. '니나 내나'는 지난 6일까지 상영했다.

#버티고
'한공주', '메기' 등의 작품에서 열연을 펼쳐 충무로의 샛별로 떠오른 천우희가 주연을 맡았다. 전계수 감독의 9번째 영화인 '버티고'에서 주인공 천우희는 고층 건물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추락의 공포를 느끼는 여자, 서영은 역을 맡았다. 영은은 어느날 스파이더맨처럼 외줄에 의지해 도시의 빌딩 숲을 유영하는 건물 외벽 청소부 청년에게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이들이 결국 마주하게 되면서 복잡한 심리를 풀어낸 다소 독특한 소재의 영화다. 높은 상공에서 쵤영된 장면이 많아 모방 범죄가 우려돼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상영일정>
10월10일 오후 1시30분(CGV 센텀시티 1관)

#이 세상에 없는
짜임새 있는 연출로 정평이 난 박정범 감독이 직접 출연하기도 한 작품이다. 문예진, 박영덕, 박종영, 한별이 출연한 이 작품은 타락의 길에 접어든 무명 뮤지션 지수를 구하기 위해 나선 시골 농부 정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 한별은 앞서 '니나 내나'에도 출연해 열연했다. 영화 '이 세상에 없는'에서 지수는 유일하게 그녀의 노래를 들어주는 정철과 친구가 됐고 가족과 애인에게조차 버림받은 지수는 이 세상을 지옥이라 여기며 범죄조직에 가담한다. 정철은 그런 지수를 구하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한다. 구원에 관한 간절한 도덕극 혹은 박정범 영화의 감동적인 신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상영일정>
10월10일 오후 8시(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젊은이의 양지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호정, 윤찬영, 정하담, 최준영이 출연한 영화 '젊은이의 양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단상을 그려냈다. 콜센터 계약직 팀장 세연은 열아홉 살 실습생 준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지자 직장에서 위기를 맞는다. 인턴으로 일하던 미래는 정규직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결국 실패하고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후 세연은 준이 보낸 의문의 영상을 받게 되면서 영화는 전개된다.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 '마돈나' 등 예리한 연출력으로 이 사회가 떠안은 문제점들을 영화를 통해 풀어낸 바 있다.

<상영일정>
10월11일 오후 1시(CGV 센텀시티 2관)

#집 이야기
이유영, 강신일, 서영화, 황은후, 조현식, 공민정 주연의 영화 '집 이야기'는 박제범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이번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TV와 스크린에서 스릴러와 로맨스,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이유영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영화 '집 이야기'는 혼자 서울살이를 하는 주인공 은서가 이사를 거듭하다 지쳐 고향집으로 잠시 돌아가게 되면서 겪은 일을 회상하고 있다. 그녀는 가족들이 다 떠난 고향집에서 홀로 살고 있던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들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보편적 소재를 주제로 따뜻한 가족애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상영일정>
10월9일 오후 7시30분(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