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조짐이 심상찮다.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첫 확진 판정 이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파주 5곳, 강화 5곳, 김포 2곳, 연천 1곳으로 13곳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농가의 피해도 걱정이지만,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방역 관계자와 공무원들의 쌓인 피로감 역시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3주 되도록 극도의 긴장감으로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됐다. 지금의 상황은 가까스로 구축한 방역저지선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풍전등화와 같다. 이러니 '국감을 연기해달라'는 목소리는 당연하다. 도리어 국회 스스로 국감을 연기해서라도 돼지열병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국가 재난급 상황인 현실을 국민 모두 직시해야 한다. 국회라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일, 10월 공감·소통의 날 행사(월례조회)에서 "지금 완전 전쟁터다"라며 국감 준비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며 국감을 다음 기회로 미뤄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김희겸 행정1부지사도 지난달 30일 국회를 찾아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만나 국감 취소를 직접 호소했다. 경기도 공무원들도 한목소리를 잇달아 내고 있다.

그만큼 현장에서 보는 돼지열병의 확산 우려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다행히 오는 16일 예정된 환노위 경기도 국정감사는 취소됐지만 아직 행안위 국감은 미지수다. 지난 2일 국회 행안위 여야 간사단은 경기도·인천시 등 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자체에 대한 국감 취소 여부를 논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는 사이 경기지역에서는 지난 2~3일 이틀간 4건의 확진이 나왔다. 6일 포천 의심은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초비상 상황은 진행형이다. "일선에 나와 보면 정말 숨 쉴 틈도 없을 만큼 심각하다. 과잉 대응, 초강력 대응을 한다고 우리가 말은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번 만큼은 방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 지사의 호소를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