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경기 북부취재본부 부국장

결심이 굳으면 바위도 뚫는다. 고양시 일산지역 주민들이 선출직 시의원 중에서도 대표성을 가진 시의회 의장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것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이른바 '주민소환법'을 가동했다.
고양지역 시민단체 '일산나침반' 산하 고양시의회 의장 주민소환모임이 지난 7월초 이윤승 의장을 주민소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때만도 해도 지역 정치인은 물론 지역사회는 반신반의했다. 그만큼 주민소환투표가 어렵고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동료 의원 대다수도 "시민단체 저러다 말겠죠. 주민소환투표가 그렇게 쉬운 일이면 대한민국 선출직 의원들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면서 "괜한 일에 헛고생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공무원들 역시 "설마, 주민소환투표로 의원직까지 잃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등 시민단체 활동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여성 중심의 시민단체는 갈수록 정보 공유와 화합을 통해 거대한 바위도 뚫을 정도로 주민소환투표에 속도를 내는 등 엄청난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설마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지난 7월24일 고양시 일산서구선관위로부터 이윤승 의장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와 서명지를 교부받아 본격적인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나선지 2개월여 만인 9월24일 1만1475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그것도 이 의장의 지역구 주엽1·2동 유권자 4만8715명 중 법적 발의요건인 20%(9743명)를 넘어선 1732명이 추가 서명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 일이다.

앞으로 2개월이 고비다. 서명부를 접수받은 선관위가 심사를 통해 무효표를 뺀 유효서명자가 9743명을 넘어서 청구요건을 인정받으면 이 의장은 시의원직이 정지된다. 추후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소환투표에 참여해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원직마저도 상실하게 된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로 확산된 주민소환 당사자인 이 의장은 한편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3기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일산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시의회는 주민과의 소통을 외면한 채 신도시 개발에 찬성하고 이에 항의하는 주민에게 욕설을 퍼붓고, 음주운전에 취중 발언 등 시의회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소환사유다. 세부적으로는 민의를 묵살한 대의민주주의 원칙 위반, 시의회의 견제 및 감시 기능 상실, 시의회 질서유지 책무 위반, 협의 과정을 무시한 패거리 의정 활동 등 시의회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반드시 의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이들 의원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시민단체의 시의원직 제명 요구에도 고양시의회 윤리위원회는 최근 '출석정지 30일'이라는 제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소환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의장도 '시의회 의장으로서 깊은 반성과 함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문을 발표 하는 등 향후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투표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주민소환 카드까지 들게한 시민들의 입장에 대해 고양시의회는 겸허히 반성하고 수용해야 한다. 촛불 하나로 대통령을 탄핵까지 몰고간 사례가 그 정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