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강화(江華)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일컬어진다. 역사·문화·민속 등의 유적이 야외 곳곳에 널렸다는 얘기다. 멀리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풍부한 유적을 간직한 강화는 서울에서도 가까워 수도권 관광명소로 꼽힌다.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인삼·순무·새우젓·장어·사자발약쑥 등은 강화를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국내에서 먹고 즐길 여행이라면 이만한 곳도 흔치 않다. 누구에게나 손색이 없을 만큼 안성맞춤이다. 여기에다 강화는 '천연 요새'다. 외부 간섭과 침입 등이 어려워 갖가지 문물 발달에 한몫 톡톡히 했다.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하점면과 내가면 등지에 가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150여기가 있다. 남한에서 가장 큰 탁자식 고인돌도 위치해 태고의 흔적을 찾게 한다. 한때 고려의 수도였던 강화에선 궁궐도 만날 수 있다. 고려는 1232년 몽골군 침략을 피하려고 강화로 천도해 38년간 머물렀다. 그래서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선 강도(江都)로 불린다. 불은면엔 조선시대 해안 경계 부대였던 광성보가 있는데, 1871년 신미양요 때 치열한 격전지였다. 오랜 역사를 품은 절도 많다. 석모도엔 635년 회정대사가 세운 보문사, 길상면엔 381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가 있다. 이 절 인근엔 조선왕실 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터도 자리를 한다. 화도면 마니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 민족 시조인 단군(檀君)이 제천의식을 거행했다는 참성단(塹星壇)을 만난다. 매년 10월3일 개천절엔 여기서 하늘을 열어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을 폈던 단군을 기리기도 한다.

이렇듯 풍요로운 강화가 요즘 몸살을 앓는다. 먼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직격탄을 맞아 신음한다. 5개 농가에서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다른 지역 확산을 막으려고 군내 돼지 4만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이로 인한 관광객 급감 등으로 군은 망연자실한다. 부정적인 현상은 또 있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화군의 경우 최근 5년(2011~2016년) 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이 -7.5%로 집계됐다.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꼴찌다. 인천시 전체를 놓고 볼 때 균형적인 발전 정책은 과연 없을까.

이래저래 강화는 온통 잿빛 분위기에 울상을 짓는다. 인천시는 하루 빨리 주민들의 어려움을 풀어줄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민만 늘어놓아선 강화군민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다. 강화가 말처럼 '관광명소'이기 위해 새로운 지원과 방침 등을 적극적으로 펴야 할 때다. 역사를 톺아보면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할 정책적 인식이 정녕 아쉽기만 하다. '강화의 눈물'은 언제쯤 닦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