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식 남한산성환경봉사대 회장] 매주 주말 회원들과 지킴이 활동


"우리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남한산성을 깨끗한 상태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조갑식(72·사진) 남한산성환경봉사대 회장은 2일 "사람들이 '치우기 싫으면 쓰레기를 안 버리면 된다'는 단순한 이치를 알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자연 보전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30여년 쓰레기를 치워왔지만 지금도 남한산성 곳곳은 각종 쓰레기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많은 것들을 아낌없이 주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매주 토·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남한산성 일대를 샅샅이 훑으며 쓰레기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그가 남한산성 환경지킴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풍 '테스'로 기억되는데요. 탄천과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이 테스의 영향으로 각종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살고 있는 곳과 이웃한 남한산성에서 쓰레기 줍기를 하자고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처와 아들, 딸과 함께 했습니다."

그는 이후 2008년 '남한산성환경봉사대'를 꾸려 회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직장인, 교사, 주부 등 30여 명이 봉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토·일요일 시간이 허락되는 회원들과 쓰레기 줍기를 합니다. 100ℓ짜리 쓰레기종량제봉투 10장을 채울 때도 있습니다. 중·고교생들과 하는 행사도 있습니다. 미래의 깨끗한 남한산성을 보는 것 같아 매우 흐뭇합니다."

남한산성은 성남·광주·하남시에 걸쳐 있다. 이 때문에 등산과 역사탐방을 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또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에 쫓겨 피신했던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2014년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는 남한산성 무당골, 닭죽촌 등에 널부러져 있던 쓰레기를 치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서울 철거민들이 이주해 만든 '광주대단지'(현 성남시 수정·중원구)가 성남의 뿌리입니다.

그들은 남한산성 일대에 닭죽촌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또 무속인 움막, 군 벙커 등도 있었습니다. 쓰레기들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 흔적들을 지워 현재의 남한산성을 모습을 간직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남한산성을 찾는 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쓰레기를 찾아 남한산성 북문, 서문, 수어장대, 남문, 행궁 등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흙에 묻힌 쓰레기는 찾아내기도 어렵지만 그전에 생태계는 병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차라리 그냥 버리세요.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그냥 주우면 됩니다. 산을 내려갈 때 쓰레기를 반드시 가져가 버려주세요."

조 회장은 걸어 다닐 힘이 있을 때까지 남한산성 환경지킴이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남한산성 내 옛 군부대 유격장에 남아 있는 타이어를 치워야 합니다. 언제까지 치워야 쓰레기가 없어질까요. 하지만 제 호주머니 속에 돈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쓰레기 봉투는 남아 있을 것 입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