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학교 이사장에 현지 2년치 급여 맞먹는 등록금 떼여
"엄벌 내려달라" 집단시위
▲ 베트남 하노이 동도대학 학생들이 1일 베트남 현지에서 학교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등록금만 받아 챙긴 모 실용전문학교 이사장 A씨에 대한 법원의 엄벌을 촉구하는 등 집단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동도대학 강사 우엔반탁씨

베트남 대학생들이 인천지법에서 사기죄로 재판을 받는 모 직업전문학교 한국인 이사장을 비판하며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신이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시켜 주겠다는 이사장의 달콤한 말에 속아 베트남에서 2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떼인데다 한국 유학이란 꿈도 좌절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류 열풍이 부는 베트남 현지에서 '반한 감정'이 싹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앙바디엔(24)씨 등 베트남 하노이 동도대학 학생 20명은 1일 베트남 현지에서 "서울 강남구 소재 실용전문학교 이사장 A(58)씨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인천지법에 촉구했다. 사연은 이렇다.

베트남 학생들은 2017년 1~2월 1명당 400만~460만원의 등록금을 A씨가 운영 중인 학교에 송금했다. 법무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설 교육기관에서 연수를 받는 조건으로 외국인 연수생 비자를 발급해준다. 당시 연수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이 필수 요건으로 추가됐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이들 학생에게 "비자를 발급받도록 해주거나 만약 비자가 거절될 경우 등록금을 환불해 주겠다"고 약속하며 등록금을 받아낸 것이다.

문제는 등록금을 낸 학생들이 대부분 한국어 능력 시험 성적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자를 신청하더라도 비자 발급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A씨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등록금을 임대료와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고, 학생들 비자 발급에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경찰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지난 3월 인천지법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선 A씨에게 같은 수법으로 사기 당한 외국인(베트남·필리핀)이 모두 92명이란 사실도 드러났다. 그가 가로챈 금액은 총 3억5000여만원에 달했다.

당시 1심 재판부도 "대외적으로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같은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학생들을 대표해 최근 법원을 찾은 동도대학 강사 우엔반탁(37)씨는 "학생들이 돌려받지 못한 등록금은 베트남에서 2년치 급여에 해당한다"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어렵게 등록금을 마련한 학생들을 헤아려서라도 A씨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주길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