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지 강·바다 인접, 들고양이 행동반경 2∼3㎞와 비슷
농장주 "들고양이 축사 안에까지 들어와…퇴치 법령 필요"

충북의 한 양돈 농가 주인은 1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퍼지는 것을 걱정하며 "들고양이 역시 들쥐처럼 예방적 차원에서 퇴치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ASF 감염원뿐만 아니라 확산 경로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들고양이가 ASF 바이러스를 양돈 농가에 퍼뜨리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행동반경이 2∼3㎞에 달하는 들고양이가 강이나 해변을 어슬렁거리다가 ASF 감염 부산물을 뜯어먹거나 밟고 다닌 후 양돈 농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물가에 떠내려온 ASF 감염 부산물을 먹은 들쥐를 들고양이가 잡아먹은 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다.

경기 파주·연천·김포, 인천 강화의 ASF 발생 농가들은 대부분 강이나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ASF는 바이러스와 돼지가 직접 접촉해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강·해변에서 ASF 발생 농장까지의 거리가 들고양이 행동반경(2∼3㎞)과 비슷하다.

강신영 충북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너구리뿐만 아니라 들고양이 등 야생동물이 축사 주변으로 접근해 퍼뜨린 바이러스를 사람이 축사 안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다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돼야만 ASF에 감염되는 게 아니다"며 "태풍에 씻겨 내려간 ASF 감염 부산물이 임진강 하류로 떠내려간 후 들고양이나 들쥐에 의해 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와 교량 하나로 연결된 강화도 서쪽의 석모도에서 ASF가 발생한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축산 관련 차량이 이곳에 다녀간 흔적은 없다.

이곳으로 흘러든 부산물의 ASF 바이러스를 들고양이나 들쥐 등 야생동물이 농가에 퍼뜨렸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은 "2016년 겨울 강이나 하천 주변의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산발적으로 터졌던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이번 ASF의 발생 유형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처음 확진된 ASF가 연천, 김포, 강화에서 널뛰기하듯 발생하는 모습이 청주, 음성 등지의 농가에서 역학 관계도 없이 산발적으로 터졌던 3년 전의 AI 발생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들고양이가 AI를 퍼뜨렸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12월 경기 포천에서 폐사한 2마리의 고양이 사체에서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있다.

박 과장은 "들고양이는 축사 내부로 들어가기도 한다는 점에서 ASF 매개체로 의심할 수 있다"며 "ASF든, AI든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해 야생멧돼지뿐만 아니라 들고양이의 농장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