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채용 의심 사례도…공채 안 거치거나 내부위원 면접만
특혜 채용자도 '무임승차'…공채 일반직과 형평성 개선도 과제

감사원이 30일 발표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한 감사 결과에서는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인 일반직(정규직) 전환자의 수가 애초 공사가 밝힌 자체 조사 때보다 80명 늘었다는 게 우선 눈에 띈다.

서울시가 '일반직 전환업무 처리 부적정' 감사 결과를 놓고 "동의할 수 없다"며 재심의를 청구하기로 했지만, 일부 임직원의 비리로 인해 계약직 등에 특혜 채용된 이들이 일반직으로 전환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제대로 된 평가 과정 없이 일반직 전환이 일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들어온 일반직과의 형평성 개선 문제도 과제로 남았다.

 

◇ 일반직 전환 친인척 192명…불공정 채용 의심 사례도

감사원과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에서는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인 일반직 전환자는 작년 10월 말 기준 192명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의 자체 조사 결과(112명)보다 80명 더 많은 것이다. 친인척 범위를 '4촌 이내'로 공사 자체 조사(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보다 좁게 잡았는데도 숫자가 많이 늘었다.

감사원 감사는 가족관계등록부 등 관련 자료 확인을 거친 반면, 공사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직원들의 응답 내용에 의존한 데다 무응답한 경우에는 가족관계가 없는 것으로 집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는 강제 조사 권한이 없어 직원들의 응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친인척 중 형제·자매 등 2촌이 5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모·자녀 51명, 3촌 36명, 4촌 35명, 배우자 18명 순이었다.

재직자 가운데 친인척이 있는 일반직 전환자(1천285명)의 비중도 공사 자체조사 때 8.7%에서 14.9%로 늘었다. 같은 감사 대상이자 정규직 전환자 수가 비슷한 한국토지주택공사(6.9%)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친인척 비중이 높은 데는 과거 친척이나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들어온 계약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 이들의 업무가 전동차 검수 지원, 구내 운전, 식당 음식 조리 등 선호도가 높지 않고, 고도의 능력과 기술이 필요한 직무가 아니었던 까닭에 채용 절차 역시 까다롭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허술한 채용 관문을 통과한 이들은 무기계약직을 거쳐 별다른 평가 과정 없이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감사원이 일반직 전환자 1천285명의 입직 경로를 조사한 결과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내부위원 면접만을 거쳐 들어온 '불공정 채용' 의심 사례가 72명(5.6%)으로 파악됐다.

이 중 46명은 직원 추천을 받아 적성 검사와 면접시험만 거쳐 기간제로 채용(45명)됐거나, 직원의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평가 절차 없이 들어온 것(1명)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위탁사 직원 14명(퇴사자 포함 15명)은 공사 직원의 친인척으로 위탁업체에 입사했다가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 서울시 '문제없다' 해명에도 일부 직원 비리·과실 확인

서울시는 기간제 '불공정 채용' 의심 사례로 감사원이 지목한 46명 모두 정당하게 채용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45명은 1995∼2007년 채용된 조리원, 이용사 등 일용직 형태의 단순 노무 분야 종사자로, 일용직 관리지침에 의해 해당 소속장이나 현업소장이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었다. 나머지 1명은 정부가 유가족 특별채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리기 이전인 2001년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채용됐다.

서울시는 "위탁업체를 거친 15명은 2016년 6월 직영 전환 계획을 발표하기 전 위탁사에 입사한 직원들로 역시 정당한 과정을 통해 정규직화됐다"며 "민간위탁사 친인척 대상자는 총 21명이었으며 무기계약직 전환 시 면접을 통해 15명만 채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서울시의 해명에도 일부 직원들의 비리와 과실이 발견됐다.

구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임직원 2명은 2015년부터 서울메트로가 위탁업체 직원을 직접 채용할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위탁업체 이사나 노조위원장에게 자식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면접전형 시 '여성이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판단에 따라 당초 합격권인 여성 지원자 6명의 면접 점수를 조정해 탈락시키고, 대신 불합격했어야 할 남성 지원자를 채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필기시험 오류 문항을 무효 처리하기로 해 놓고서 유효한 것으로 채점해 4명을 부당하게 합격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채용된 인원은 모두 2018년 3월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 감사원 "국민 채용기회 제한" vs 서울시 "근로조건 개선이 핵심"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일반직은 지난해 공개경쟁 채용 경쟁률이 평균 66.2 대 1에 이르는 인기 직종이다.

감사원은 "무기계약직과 일반직은 담당 업무, 권한, 책임 등이 다르고, 채용 방법도 다르다"며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일반직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요건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사가 이를 거치지 않아 관련 법령(지방공기업법)을 위반하고,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의 일반직 채용 기회를 제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또 경력 3년 미만 무기계약직이었다가 일반직이 된 7급보(1천12명)가 7급으로 승진할 때까지 일반직 결원을 한시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충원하도록 하고, 퇴직자를 우선 채용하도록 한 점도 일반 국민의 채용 기회를 박탈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반직 전환은 신분상 조치가 아닌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일반 채용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충분한 노사협의를 통해 일반직으로 일괄 전환하되 경력의 차이에 따라 7급과 7급보를 구분하고 7급보는 2차례 능력검증(역량평가) 시험을 통해 7급 조기 승진 기회를 열어줬다"며 "이러한 과정이 지방공기업법이 규정하는 능력의 실증이나 임용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일반직 결원을 기간제로 충원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직 7급으로 신규 채용할 경우 7급보와 직급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한 경영상의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기간제는 공개 채용했으며 업무에 능숙한 퇴직자가 다수 채용된 것일 뿐 퇴직자를 우선 채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