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반세기 대역사, 해안선을 바꾸다
▲ 2단계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02년 하늘에서 본 송도신도시의 모습. /사진제공=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 대형 덤프트럭이 송도 매립에 필요한 토사를 운반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 2013년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 발맞춰 인구 25만 규모 신도시 기획
업무·주거 양립 자족적 도시구조 창출 목표로 1994년 첫 삽

'관광인천'에 이어 공공의 재산이던 송도유원지 일대를 사유화 한 자본의 욕망. 이 욕망은 급기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데 이른다. 갯벌을 메워 새로운 땅을 만들어낸 것이다. 노태우 정부의 수도권 200만호 건설계획에 편승해 인천시는 송도해상신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여의도의 23배 넓이에 인구 25만 규모로 바다 위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1994년 첫 매립을 시작한 이래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다를 메우는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택지 공급을 위한 것이었지만,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자 자본이 모여들면서 사유화된 공간의 가치는 치솟기 시작했다.

바다가 도시로 변해 버린 그곳은 또 다시 '송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없었던 섬 송도'의 탄생이다.

▲해상도시 건설 밑그림
1988년 5월,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이에 발맞춰 인천시도 해상도시 건설을 기획한다. 당시 추진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송도 앞바다 위에 대규모 도시를 짓는 것이다. 시는 '서해안 시대를 맞아 중국과의 교역과도 관계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항만과 입항시설, 주거시설과 위락·유통시설을 완벽하게 갖춰 인구 25만명을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지도에도 없던 땅에 중소도시 규모의 항구도시가 생겨나는 셈이었다.

이를 위해 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흙의 분량만 해도 4290만㎥에 달했다. 토사를 모두 바다에 부어 1900만 평의 새로운 땅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공사는 1·2단계로 나눠 1단계 공사를 1991년~2001년, 2단계는 1997년~2006년 실시하려 했다.

총 면적은 54.25㎢로 이 가운데 주거지역이 14.06㎢ (25.9%), 상업지역 4.24㎢ (7.8%), 공업지역 0.54㎢ (1%), 녹지 35.41㎢ (65.3%)로 구성됐다.

시는 송도해상신도시에 지상 순환 모노레일(경량전철)을 도입해 남항과 북항 등 신항을 오가는 교통 여건도 확보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원래 계획대로 공사가 추진되지 못했다.

1991년 9월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송도신도시 사업이 영종도 신국제공항 건설과 병행될 경우 인구급증과 교통난 심화 등 각종 도시문제가 생긴다며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종합적인 인구·교통·환경 영향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환경오염 방지대책도 수립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어오자 공사 착공은 지연됐다.

▲송도국제도시 조성
이후 인천시는 환경영향평가와 수도권 정비 심의 문제를 해소한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도 원만히 해결하며 1994년 9월10일 송도신도시 기공식을 갖고 매립 공사의 첫 삽을 뜬다. 최초 계획을 세운지 6년 만이었다.

송도신도시 조성에 투입된 비용은 1조7424억원. 송도신도시는 공공시설 용지, 공원 및 녹지지역, 주거지, 상업지역으로 구분해 개발됐다. 주거지역은 미래형 생활공간으로 꾸며지며, 상업지역은 국제적 규모의 금융센터와 증권거래소, 컨벤션센터, 무역정보 및 정보관리센터, 통신위성지국, 방송국 등이 들어서 산업·정보·무역·통신 복합기능을 갖춘 국제교역의 거점으로 조성된다.

또한 공원과 녹지지역은 수로·해안·도로권 등 3개권으로 나누어 세워진다.

인천시가 발표한 '인천 송도신도시 기본계획(안)'을 보면 당시 시 정부가 추구했던 신도시 성격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다.

계획안은 개발개요, 토지이용계획, 교통계획, 공원녹지계획, 단계별 개발계획으로 구성됐다. 계획안에 적힌 송도신도시의 개발전략은 '베드타운'(Bed Town)이나 '비즈니스 파크'(Business Park)와 같은 단일 기능을 지양하고, 업무와 주거가 양립하는 자족적인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도시구조를 창출해 내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고용 창출 방향은 정보통신산업, 연구, 첨단 산업, 업무 등이었다.

계획안에 따르면 송도 조성 때 완충녹지와 조경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시는 송도신도시의 특징으로 '높은 질의 공공용지와 조경'을 강조하며 공원도시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고 기록했다.

다양한 공원과 공공용지를 통해 여러가지 옥외활동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방향도 설정했다. 뿐만 아니라 주 간선도로와 지역도로 주변의 조경과 완충녹지, 공원, 수로를 디자인 하면서 '전원 도시'가 연상되도록 시도했다.

바다 위에 세운 지리적 특수성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인천 송도신도시 기본계획(안)에서 "해안선을 따라 증가해온 공업지역 때문에 시민들이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빼앗겼던 현 인천시를 위해 송도신도시는 유례없는 가능성을 제공"하며, "송도신도시의 해안선은 레저, 문화, 주거용도로 개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도국제도시 개발은 민간자금을 조달해서도 이뤄졌다.

2001년 미국의 부동산 업체 게일 인터내셔널의 회장이 송도를 방문해 2002년 게일 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합작 투자한 기업인 송도신도시개발(NSC)이 설립됐다.

2003년 8월에는 당시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인천 '송도·영종·청라지구'를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NSC에 의해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면서 2005년 송도1동 주민센터 인근에 송도국제도시 최초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후 송도 컨벤션센터의 착공과 함께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착수했다. NSC는 송도국제도시개발(NSIC)로 사명을 변경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도시역사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