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 양돈수의사회 센터장 "빠른신고, 가장 강력한 무기"
열화상카메라·완벽한 분변 처리·모돈 데이터 파악 등 강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멈출 수 있는 '방역 골든타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경기도와 양돈전문가들은 26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지속적으로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한국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센터장은 우선 추가 확산을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빠른 신고'라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양돈학 교과서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증상으로 피부 청색증, 피부 출혈, 구토 등이 있다고 돼 있는데 국내 발병농가의 돼지들은 아직 이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발병농가의 돼지들은 하나같이 식욕부진 증세를 보이고 있어 양돈농가들은 돼지들이 사료를 남겼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초기에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방문일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거나 외국인 노동자 등재가 돼 있지 않은 농가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도 국가가 지원하는 살처분 보상 비용이 40% 깎인 채 지급되는 문제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지만 재난으로 보고 신고해주길 당부했다.

일부 발생지역에서만 사용하는 '열화상카메라' 사용을 도내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돼지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고열을 내는지 빠르고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살처분 범위를 늘리기보다 '뒤처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다르게 생존 기간이 매우 길고 환경 저항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죽은 개체나 분변 내에서도 100일 이상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어 선제적 조치 안에 더 강력한 뒤처리도 포함돼야 한다"면서 "이미 농장 내에 있던 분변을 위생적이고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하고, 살처분에 참여한 이들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멧돼지에 대한 대대적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에서 평안도의 돼지가 거의 죽었다고 하지만 멧돼지가 남긴 바이러스가 휴전선을 넘어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발생농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어 대대적인 멧돼지 사체 수색과 분변검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발생국가의 모돈(어미돼지)에 대한 발병 원인 데이터를 지금이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임신 38일령부터 92일령 사이의 모돈 모두가 유산을 일으킨 점 ▲고열이 발생한 지 0일~3일 사이에 유산이 발생한 점 ▲중국, 베트남에서도 어미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점에서 대체로 어미돼지에게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음성 판정 후 양성 판정으로 나온다거나 검사가 늦어지는 것도 비교 샘플 데이터가 부족한 측면도 있다.

도는 양돈전문가와 마찬가지로 골든타임이 아직 남아있고,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역학분석을 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원인으로 단정 지을 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어 답답하지만, 앞으로 예찰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질병 발생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으로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 완벽한 차단을 위해 양돈농가는 물론 도민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