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발전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돼지열병의 복잡한 바이러스 구조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돼지열병의 백신 개발이 어려운 원인으로 바이러스 크기가 크고, 복잡한 분자 구조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돼지열병의 바이러스 크기는 약 200nm정도로 구제역(25~30nm)보다 300배이상 크다. 크기가 큰 만큼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의 종류도 다양하다. 바이러스는 유전자로 구성되는 데 돼지열병은 총 24종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유전자가 생성하는 단백질이 150여종으로 많다는 점이다. 단백질은 바이러스를 차단시키고 치료할 수 있어 전염병이 전염되는 것을 막는 무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한 백신을 만들려면 해당 바이러스가 보유한 단백질을 모두 분석해야만 가능한 데 돼지열병의 경우 그 수가 너무 많아 전문가들이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단백질 종류가 약 10종인 것에 비해 돼지열병은 그 20배가 넘는다.

더구나 돼지열병 바이러스 단백질이 다양한 종류만큼 여러 조합을 띠는 탓에 감염된 돼지들의 면역 체계가 손쉽게 파괴돼 백신 개발에 어려운 환경이다. 연구를 위해 필요한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안정적으로 배양, 증식할 수 있는 기술도 미흡하다.

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이다. 공기가 아닌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에 의해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된다. 1920년 아프리카 첫 발생 이후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폐사율이 100%에 이른다.

최재혁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복잡한 DNA구조를 갖고 있어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국내에서 발병하지 않았던 바이러스나 매개체들에 대한 유입 가능성을 재평가하고 연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