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얼굴로 공포속 구조
"방송無 스프링클러 먹통"
가족·구급대 주차장 북적
안전검사로 전기 차단돼
수동 산소공급 사고추정
▲ 24일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관이 대피했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80~90대 노인 등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친 김포요양병원 화재 당시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은 불이 난 것을 보면서도 대피할 방법이 없어 화재 속 공포에 떨어야 했다. 또한 대피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원 환자들과 직원 등이 몸을 피하던 긴박했던 상황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거동불편 환자들 대피 못해 '공포'

"병실에 계신 분들이 모두 거동이 불편해 일단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긴급히 대피시켰습니다."
요양병원 간병인 박모(70·여)씨는 "가스 소리가 '펑'하고 나더니 복도에서 시꺼먼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근 무릎 고관절 수술로 거동이 불편하던 지모(79·여)씨는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대피했다. 병원 이송을 기다리는 지씨의 얼굴과 손은 새까매진 상태였다.

지씨는 "불이 난 것을 보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기침이 났고 너무 무서웠다"고 몸을 떨었다. 지씨의 며느리는 "어머님이 무서워서 많이 우셨다"며 "불이 나도 피할 수 없던 상황이라 많이 무서우셨을 텐데 신속히 대피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병원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리 파편들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발화점과 병실 가까워 피해 키워 … "안내방송 없었다" 주장

소방당국은 발화점과 병실이 가까워 화재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요양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건물 4층 보일러실 바로 옆에는 일반 병실이 있고 중환자실은 해당 층 가운데 지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병원과 연결된 주차장은 긴급대피한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은 침대나 휠체어에서 담요를 덮고 다른 병원 이송을 기다렸다. 소방당국의 구급차와 인근 병원에서 온 이송 차량은 사이렌을 울리며 환자를 실어날랐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온 보호자들은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요양병원 건물 지하 1층 피트니스센터 이용자 A씨(40·여)는 "피트니스센터가 갑자기 정전돼 겨우 밖으로 나왔더니 건물 4층에서 불길이 치솟는 게 보였다"며 "불과 동시에 정전이 됐던 것 같고 안내 방송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방당국 "스프링클러 작동 안해"

김포 요양병원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전기 안전 검사로 인해 건물에 전기가 차단돼 병원 측이 환자들에게 자동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2차 브리핑을 열고 "확인 결과, 의무 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은 하지 않았다"며 "다만 비상경보벨은 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전기 안전 검사 때문에 건물에 전기가 차단돼 병원 측이 수동으로 산소 공급을 하려다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자들이 산소 공급이 끊겨서 혹은 연기 흡입으로 숨진 것인지는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서장은 "육안으로 봤을 때 보일러실에 산소 탱크 4∼5개가 있었는데 이를 수동으로 열다가 불명의 원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 건물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기안전공사가 하는 전기 안전 검사로 인해 전기가 차단된 상태였다.

한편 김포경찰서는 강력 2개팀 등 17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피해자 보호와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전담팀은 목격자를 상대로 한 화재원인과 병원운영상황, 건축불법 사용 여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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