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마지막 어부' … 전통모습 보존 바라다

경안천 합류지점서 재래식어업 …"어업허가 한정적 승계 됐으면"



"이제 이곳에서 고기 잡는 사람은 8명 밖에 없는데, 나머지 분들은 연로하고 기력이 없어서 어업활동을 할 수 없고 저만 겨우 어업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난 18일 오후 광주시 퇴촌면 오동 팔당호와 경안천이 합류하는 곳에서 만난 팔당호 마지막 어부 안호명(81·사진) 어업조합 이사장은 어업활동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16대째 대대로 이곳 오동 갈현부락에 살아온 안 이사장은 팔당호의 마지막 어부로 불린다.

안 이사장은 수도권 젖줄인 팔당댐이 생기기 전부터 팔당호와 경안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고기를 잡아왔다.
75년 마을이 수몰돼 마을을 이전해 여전히 어업해 오던 중 환경부의 내수면 어업허가가 생기면서 어업허가를 5년마다 갱신해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어업허가는 승계나 신규면허가 나지 않아 앞으로 신규어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안 이사장이 마지막 어부로 불린다.

상수원보호구역인 팔당호를 보호하기 위해 안 이사장은 전기 동력을 이용한 길이 2m도 안 되는 배를 타고 팔당호에 나가 정치망으로 잉어, 붕어, 피라미 성어를 일주일에 2~3회 잡는다.

안 이사장은 어업활동만 한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 야당에서 정치활동을 하면서 전당대회의 사회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75년 정치를 접고 낙향해 지금까지 팔당호에서 어부로 살아오고 있다.

"고기잡이로 새벽에 호젓한 팔당호를 나가면 젊어지는 거 같아요. (팔당호) 너무 깨끗합니다."

예전에는 축산폐수, 생활오·폐수로 수질오염이 됐던 팔당호가 그동안 지자체 등의 노력으로 다시 청정호수의 옛 모습을 찾았다고 말하는 그는 자그마한 바람을 조심스럽게 토로한다.

"마지막인 어업허가를 한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팔당호에서 어부가 사라지면 물고기 개체 수가 급증해 되레 호수가 오염될 것을 우려하는 안 이사장은 제한적으로 만이라도 어업허가를 승계해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재래식 어업활동을 하는 어부는 청정 팔당호의 전통모습으로 보존되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전한다.

오늘도 본인보다 큰 그물을 호수에 놓기 위해 자그마한 배에 몸을 싣는 안 이사장의 뒷모습에서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팔당호의 미래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광주=김창우 기자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