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마약 밀수·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모(29)씨를 두고 검찰과 국내 최대 로펌들이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씨가 대한민국의 '마약 청정국' 지위를 흔드는 중범죄를 저지른 만큼 반드시 실형을 받게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반면, 이씨 변호인단은 집행유예형 선고를 이끌어 내 그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략 수립에 나선 상태다.

22일 인천지법에 확인한 결과, 지난 20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는 재판에 대비해 모두 13명의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4명(류호근·김태우·한만호·윤창호)과 '법무법인 다전' 소속 7명(홍기채·김선규·이인걸·이승·황인형·김효빈·지도훈), 나머지 서울서부지검장 출신 신유철, 김은강 변호인 등이다.

법무법인 다전은 최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교수 변호를 맡아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국내에서 마약 밀수죄는 사안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이씨는 이달 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변종 마약인 대마오일 카트리지와 캔디·젤리형 대마 180여개를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씨가 올해 4월 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5개월간 미국에서 대마 오일 카트리지를 수차례 흡연한 혐의도 밝혀냈다.

여기에 이씨가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이씨 재판은 유무죄 다툼이 아닌 형량 싸움이 될 것이란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우선 이씨 변호인단은 그가 초범인 점과 검찰에 자진 출두해 구속을 요청한 점 등을 내세워 형량 줄이기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씨 집안 내력으로 알려진 '샤르코 마리 투스(CMT·Charcot-Marie-Tooth)' 병을 '최후의 카드'로 던질 수도 있다.

CMT는 근육이 위축·소실되는 희귀성 유전병으로 현재 아버지 이재현 회장이 앓고 있는 병이다. 재계에선 아들 이씨도 이 병이 발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변호인단이 이씨의 마약 투약 경위 등을 '통증 완화 목적'으로 꿰맞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이달 초 SK그룹과 현대가 등 재벌 3세들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풀려나 자존심이 크게 구겨진 검찰은 이번만큼은 실형 선고를 이끌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 사건은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송현경)에 배당됐으며 내달 중 첫 재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