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동량" 前 2000년 後 "미래·주역"

시대상 반영…오래된 학교 성차별 표현 多
송도고·부평여고 등 양성평등 실천사례도

인천지역 학교들의 교훈·교가에서 주로 발견된 단어나 표현들은 2000년을 기준으로 극명하게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교훈·교가에 시대상이 반영되듯 2000년 이전 설립된 학교들은 교훈·교가에 주로 '정숙'이나 '동량'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개교한 학교들은 '미래', '주역' 등과 같은 미래 지향적 단어를 주로 썼다.

▲시대에 따라 달랐던 교훈·교가
22일 인천시교육청의 '양성평등한 교훈·교가 새로 쓰기'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전 설립된 학교 교훈엔 '정숙'과 '경애', '극기', '신의' 등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표현이 쓰였다.
교가도 2000년대 이전 설립된 여자고등학교에선 학생을 '꽃송이'와 '백합' 등으로 비유했고, 수식하는 형용사도 '여자다워라', '향기' 등의 성차별적 표현이 많았다.
특히 남자중학교에서는 한 나라나 집안을 떠받들어 이끌어 갈 젊은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동량'이란 단어를 사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특정 성에 역할을 부여하는 표현들은 미래나 배려 등 발전적이면서 소통과 감성을 중시하는 키워드로 대체됐다. 2000년대 이후 학교 교훈에선 '사랑'과 '큰꿈', '배려', '함께', '같이' 등의 단어가 다수 발견됐다. 아울러 남자고등학교의 전유물처럼 쓰였던 '미래 주역'과 '주인', '기둥' 등 진취적 표현들이 여자고등학교 교가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양성평등 실천해온 일부 학교들
이번 전수조사에선 송도고와 부평여고, 상정고, 강화여고 등 우수 사례도 발견됐다.
1906년 설립된 송도고는 남자고등학교임에도 강함과 씩씩함 등 남성성을 강조하거나 겨레의 등불과 같이 남성을 중심적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아침하늘 햇빛같은 송도송도야', '비추어라 너의 빛을'과 같이 성 중립적이면서 재학생을 우리사회 중요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로 비유하고 있어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부평여고 교가는 순응적 여성 역할이 아닌 진취적 역할을 강조해 우수 사례에 포함됐다. 교가를 살펴보면 여성 역할이 '고장'에서부터 '겨레', '나라'로 확장됐고, '영원히 빛날(빛나리)' 정도로 중요하다고 표현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보통 교훈이나 교가는 개교 시점에 따른 시대상이 반영되는 데 오래 전 개교한 학교의 경우에도 우수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각 학교에서 교훈·교가 새로 쓰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우수 사례 공개, 캠페인, 공모전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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