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립해양박물관이 가야할 길 …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에 묻다
▲ 주강현 부산국립해양박물관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예타 통과

2024년 개관 … 준비과정 갈 길 멀어

공항·항만·철도 인프라 장점

인천너머 환황해 전체 담아내야



인천사람 중심 전문가 모아 준비를

건립과정 투명·공정하게 공개해야

'북녘의 바다' 인천 전시도 가능

인천·부산 성공 … 해양강국 됐으면


인천 월미도에 국립해양박물관이 들어선다. 인천의 오랜 숙원사업이 드디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5년 후인 2024년이면 국내에서 두번째로 국립해양박물관이 문을 연다.

아직 준비작업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단지 예타 통과만 확정됐을 뿐 전체적인 박물관 컨셉과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 누가 준비할지 등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인천과 달리 부산은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됐다. 2006년 정부 예타심사를 거쳐 6년만인 2012년 세계 최초의 국립해양박물관이 들어섰다. 다양한 해양문화 전시회는 물론 시민체험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부산시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천이 부산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 '해양수도 부산'을 앞에서 이끌고 있는 주강현(65) 국립해양박물관장을 만났다.

"인천은 환황해의 주인공입니다"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인천'의 현재 위치를 '패자'(覇者,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라는 단어 한마디로 정의했다.
해양 분야에서는 현재 부산이 앞서있다. 하지만 국립해양박물관을 인천이 유치하면서 얘기는 달라졌다. 인천 앞바다를 넘어 남중국해까지 포괄하는 환황해 중심도시로 우뚝 설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해양박물관을 만든다는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지금 타이밍이 너무 좋고 인천이 해양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 환황해를 담아내야 한다

인천국립해양박물관이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봤다. 인천의 훌륭한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천은 2500만명의 수도권 인구와 바다 건너 산둥반도와 연결되는 중국이 있으니 잘만하면 대박 터질 겁니다. 특히 남북교류가 활발해 질 경우 서해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문화적 메카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 인천항만, 철도, 도로 등 훌륭한 인프라도 장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팔미도 등대, 한국이민사박물관, 중구 개항장과 자유공원, 염전 등 인천에서 최초로 시작된 것이 너무나 많아 이야깃거리는 넘친다는 것이다.

인천 것만이 아닌 환황해 전체를 담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려시대 국제항구인 벽란도는 바로 한강하구에 위치한 인천 강화도와 맞닿아 있죠. 사실상 인천이 선점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고대에 상당수 배들이 이 곳을 거쳐 갔는데 남북접경지역인 한강하구 수중발굴하면 엄청 쏟아져 나올 겁니다. 이거 성공하면 인천은 해양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설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산둥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남중국해, 동남아시아까지 포괄하는 환황해을 담을 수 있다면 성공가능성이 높죠. 하나 주의할 점은 중국만 너무 매몰되면 안 돼요. 벌써부터 화교 콘텐츠 얘기하는데 한민족 디아스포라와 같은 좀더 명분 있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 해양도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인천의 약점도 뚜렷하다. 주 관장은 인천의 약점으로 "해양의식이 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도시 분위기가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다 보니 관련 콘텐츠는 물론 전문가들의 인력풀도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건립되는 국립해양박물관도 인천사람의 손에 의하기 보다는 외부전문가나 중앙정부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한다.

"아직 인천은 국립해양박물관 예타통과만 확정됐을 뿐 여러 문제가 남아있어요. 준비팀도 제대로 안 꾸려져 있고 박물관이 삽들고 착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죠.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주관장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부산은 해양도시 성공을 위해 국내 최고 선수들이 10년 전부터 뛰고 있는데 인천은 이제 겨우 조기축구 수준이죠. 전문가를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박물관 건립 과정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인천 전문가로 팀을 꾸리고 시민공청회와 공개 토론회를 자주 가져야 합니다. 유물구입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고요. 한가지 팁을 주자면 박물관 건물 부산처럼 동그랗게 건립하지 마세요. 아주 불편해요(웃음)"

"다행히 박남춘 인천시장이 해수부 출신이라 중앙정부에 휘둘리지는 않을 거예요"

■ 해양도시 인천의 부상 … 긴장하는 타 도시들

인천이 바다에 눈을 뜨게 되면 가장 먼저 긴장하는 곳은 부산이다.

해양도시의 씨앗을 뿌린 곳은 부산이 먼저지만 그 열매를 더 풍성하게 수확할 곳은 인천이기 때문이다.

주 관장도 동의한다. "인천은 조건이 좋아 확장성이 뛰어나죠. 예를 들어 인천에 해양박물관이 생기면 그동안 부산에 집중됐던 관련 투자와 전문인력, 네트워크 등이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요. 부산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죠"

국내 주요 도시들도 이를 알기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주 관장에 설명에 따르면 부산은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선박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또 국내외 해양유물 구입에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6년 동안 수만 점의 해양유물을 확보했어요. 갈수록 유물이 고갈되고 있죠. 국내 및 일본 쪽 유물은 우리가 다 선점했으니까"

여기에 제주도가 크루즈를 앞세워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부산과 인천에 이어 제주에도 국립해양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요. 제주신항 건립사업에 이미 포함돼 있죠. 바르셀로나 처럼 크루즈에서 내리면 해양박물관에 갈 수 있는 컨셉입니다"

전남 목포와 충남 태안 등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전시관이 건립되면서 해양문화를 확산에 열심이다 섬박물관과 환황해 포럼 등도 추진되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관장의 분석이다.

■ 한국의 대표적 '지식 노마드'

주관장은 멀티플레이어다. 전공도 다양하다. 해양사와 문화사, 민속학, 고고학 등 융·복합적이다. 여기에 현장중심가다. 세계를 누비며 유목민의 삶을 살고 있다. 주변에는 그를 향해 "배포가 크고 거침없이 직진한다"고 평한다. 서울출신에 경기도 일산에서 살았던 주 관장은 인천과도 인연이 깊다. 1987년 인천 5·3항쟁 현장에도 있었다.

어릴 적 문학도에서 대학에서는 노동운동에 집중했다. 가난한 삶에서 그를 구한 건 한권의 책이다. 20여 년 전 한 신문에 연재한 뒤 책으로 펴낸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는 6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때 돈으로 10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해양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 눈을 뜬 주 관장은 민속학에서 해양비교학으로 분야를 확장시켰다.
"처음 해양쪽에 발을 들여놨는데 완전 미개척 분야인거야. 2012년에 여수세계박람회 전략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전세계 가보고 싶은 곳은 다 가봤어요.안가본 도시가 거의 없죠. 안목이 팍팍 커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죠"

미개척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급상승했다.

"뭐가 보이기 시작했죠. 해양관련 기관에서 나를 찾기 시작했고, 태평양을 배타고 건너기도 하고, 해양실크로드·세계 등대사 등의 주제로 언론사 연재도 하면서 더욱 성장했죠"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재한 글은 책으로 출판됐고,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출판한 책만 52권에 논문은 200여 편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등대의 세계사> <독도강치 멸종사>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환동해 문명사>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등이 있다.

특히 <조기에 관한 명상>은 일본에서도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국립해양박물관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해양 전시회를 직접 준비했다. 세계의 등대전, 북녘의 바다 등이 그것이다. 특히 현재 전시되고 있는 북녘의 바다는 관람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시만 좋다면 인천순회전시도 가능하다는 답변이다.

그의 바람을 들어봤다. "앞으로 희망은 해양문화를 키워서 한국이 해양강국이 되는 거죠. 바다를 통해 평화롭게 남북문제 해결되면 좋고요. 특히 경쟁관계인 부산과 인천이 모두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해양강국이 될 수 있으니까"
/글·사진=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