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8회>

반세기전인 1969년 11월17일은 필자에게 언론인으로서 잊지 못할 날로 각인되어 있다. 그해 5월 한국 언론계에서 최연소 파리 특파원으로 부임한 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출장을 가서 근 한 달 동안 미국과 소련이 최초로 전략무기 감축협상(SALT)을 벌이는 현장에서 400여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에 섞여 긴박한 취재현장을 경험했다. ▶본사에서는 당시로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출장이기에 선뜻 허락을 안 하다가 미·소간의 냉전이 종식될 수 있는 중요한 회의라는 필자의 거듭된 주장에 출장결재가 났던 기억이 난다. 12월의 헬싱키는 낮에 잠시 햇빛이 보일 뿐 어둠의 연속이었고 기온은 영하 20도를 육박하기가 일수였다. 그러나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머스키호텔에서 미국과 소련대표단의 브리핑 그리고 핀란드 외무성의 브리핑과 취재진들과의 정보교환으로 얻은 팩트로 기사를 쓰면서 보람을 느꼈다. ▶핀란드 정부는 SALT 회의를 취재하는 취재진들에게 각별한 신경을 쓰고 많은 배려를 베풀었다. 특히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편으로 랩프랜드라고 불리는 북극지방의 로바니에미와 이발로 같은 도시를 찾았고 핀란드와 노르웨이 그리고 러시아의 세 나라 국경이 맞닿는 지역까지 갔던 기억도 난다. ▶SALT 회의 취재를 계기로 핀란드는 물론 스칸디나비아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그리고 덴마크를 그 후 여러 차례 찾은 기회가 있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와 북극지방은 물론 스웨덴의 랩프랜드에서 본 순록 떼들은 장관이었다. 바이킹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는 아이슬란드도 여러 차례 찾아가 빙하와 온천이 공존하는 경관에 감탄하면서 그린란드도 찾고 싶었으나 실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로 가는 항공노선은 아이슬란드에서 주로 떠나는데 현지 숙박과 교통편 확보가 항상 어려웠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공개적인 발언을 해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고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영토는 1803년 프랑스로부터 214만㎢ 되는 방대한 루이지애나를 매입한 후 1917년 덴마크에서 346㎢ 밖에 안 되는 버진아일랜드를 사들일 때까지 여러 차례 달러를 주고 영토를 확장해 왔다. 현실성은 없지만 미국을 더 크게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으로 들리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은 북극권 개발과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치밀하게 계산한 정치적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