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인천 강화경찰서장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농지 소작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흔히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으로 불린다. 농지의 소유자와 경작자를 일치시켜 농지의 생산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조항이다. 이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비유할 부분이 있다.
경찰은 전체 수사의 98%를 담당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수사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경찰을 통제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사 구조는 1912년 일제 강점기에 제정 공포된 조선형사령에 뿌리를 둔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구조이다.

검찰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자체 수사력, 영장청구 독점,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공소취소권 등 수사와 공소에 대하여 세계 역사에 유래가 없는 강력한 권한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륙법계에 속한 독일과 프랑스의 검찰도 이런 권한을 갖지 못한다. 그 결과 국민의 검찰보다는 검찰의 검찰이 되어 적폐 청산의 대상이라는 지적도 많다.
검찰소속 직원들이 경찰관에게 조사 받는 꼴을 볼 수 없어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하고, 검사는 경찰에서 수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해도 출석하지 않는 법 위에 있는 조직이 됐다. 식민지를 다스리고, 독재정부 시절 효율적으로 국민을 통제하기 위하여 만든 수사구조가 현재 자유대한민국을 통제하게 된다. 이제라도 부당한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

농지와 쟁기는 농민에게 주어져야 하듯 수사권은 실제 거의 모든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 주어져야 한다. '인류 인권의 역사는 국가의 권력을 쪼개어온 역사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는 최대의 인권탄압자이자 최대의 인권수호자라는 야뉴스적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국가는 왕 단 한사람을 위한 국가, 특정 계층을 위한 국가이다 보니 특정 사람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었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존 액턴), "권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남용은 보다 위험하다"(애드먼드 버크), "권력의 집중은 항상 자유의 적이다"(로널드 레이건). 이와 같은 문구에서 보듯 권력은 위와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국가에서는 계속하여 국가의 권력을 나누어 그 주체로 하여금 상호 견제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국가의 권력은 입법, 행정, 사법부로 나뉘게 되었고, 입법권 중 일부는 지방의회의 권한으로, 행정의 일부는 지방행정의 권한으로 점점 미세하게 분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 언론기관도 실질적인 권력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우리나라의 검찰 이외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수사구조 개혁과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신속처리법안으로 심의 중에 있다. 심의 중인 법안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거나 검찰에 의한 경찰수사의 통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심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시민들 위에 대단한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자들의 바람 때문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사법체계도 수사는 경찰, 검사는 공소제기 및 유지에 집중하여 공판중심주의로 나감으로써 시민의 인권보호에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