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 확진된 가운데 도내 지자체들이 돼지열병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오후 한 양돈농가가 방역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18일 오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군 전동리 한 돼지농가. 이른 아침부터 주변은 삼엄한 통제 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역당국은 농가와 진입로 곳곳에 소독제를 쉴 새 없이 뿌렸다. 방역 관계자 외에는 농장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농가는 돼지 2600여 두를 사육하고 있었다. 이 농가와 50여m 사이를 두고 맞닿아 있는 또 다른 돼지 농가도 같은 시각 ASF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농가는 부자가 운영하고 있었다. 이 곳 주변은 농가 주인이 사는 주택 2채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건물 없이 논과 밭들만 펼쳐진 한적한 곳이다.
발병 축사 건물은 밖에서 내부가 거의 들여다보이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다. 축사마다 배치된 작은 창문들이 있긴 했지만, 농장 주변으로 어른 키 높이 이상의 펜스가 설치돼 있어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침입할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약 1㎞ 정도 나가면 북한과 이어진 사미천이 있고, 사미천을 따라 약 4㎞ 올라가면 비무장지대(DMZ)가 나온다. 한 주민은 "평소에는 농장 관련 차량 외에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전했다.
방역대원 2명이 해당 농가 입구에 '긴급초동방역'이란 문구의 통제선을 치고 접근을 막았다. 기자가 농장 가까이 다가서자 "농장주와 관계자들 모두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며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두 농가를 오가며 7년간 일했다는 네팔 출신 외국인 근로자 A씨는 "(발병 소식을 듣고) 평소에도 가루 소독, 액체소독을 일주일에 3번씩 하며 철저하게 (방역 작업을) 했는데, 오늘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살처분을 위한 중장비와 방역 차량도 통제선에서 신원 확인과 소독과정을 거친 뒤에야 농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발병 원인을 조사하는 역학조사팀 차량을 비롯해 살처분에 필요한 포크레인과 흙, 이산화탄소 가스를 실은 차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살처분은 돼지를 한곳에 몰아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 안락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제선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전신 방역복과 마스크로 무장한 대원들이 공수해 온 소독약품과 물이 다 떨어질 정도로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었다.
인근 도로에서도 방역차가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중, 삼중 방역 작업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표정에선 걱정이 묻어났다. 방역망이 뚫린 것인지, 다른 전파요인이 있는 것인지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주택이 2곳 밖에 없고, 왕래도 거의 없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인데다, 첫 확진 판정이 난 파주 농가도 50㎞ 이상 떨어져 있다.

일부 주민은 '멧돼지'를 감염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동리 한 주민은 "이곳은 군 당국이 출동할 정도로 야생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며 "북한 쪽에 야생하던 멧돼지가 이곳으로 넘으면서 감염된 게 아닐까 의심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파주시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이곳 농가에서 왜 바이러스가 발병했는지 모르겠다"며 "연천군 곳곳에 돼지농가가 있는데 불안하다. 발병원인을 하루빨리 밝혀야 한다"고 혀를 찼다.
한편, 발병 농가 반경 3㎞ 내에서 4개 농장이 돼지 1만200여 두를 사육 중이다. 10㎞ 이내는 63개 농장에서 8만7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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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이미 확산됐나?" 우려 커져 남북 접경지인 경기 북부지역에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돼지열병이 발생한 탓이다.▶관련기사 3·18면특히 정부가 18일 파주·연천은 물론 포천·동두천·김포·철원 등 경기·강원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연천과 인접한 포천에서 차단방역 현장을 점검한 것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경기도에 따르면 전날 돼지열병 발병 의심 신고를 한 연천 백학면 한 돼지농장에서 폐사한 모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