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참혹한 살처분 작업에 동원되는 작업자들의 트라우마를 줄이고자 '렌더링 방식'을 도입했지만 정작 도내 렌더링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렌더링 방식은 고정식과 이동식이 있으며 모두 매몰 방식이 아닌 동물 사체를 고온에서 가열해 멸균 처리한 뒤 압력을 가하고 남는 육골분을 퇴비로 쓰는 방식이다.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적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가는 매몰 방식으로, 인근 농장의 돼지들은 이동식 렌더링 방식으로 살처분했다.

그러나 도내 이동식 렌더링 시설이 단 한 곳도 없어 멀리 떨어진 전라북도 내 업체가 살처분을 담당했다. 고정식 렌더링 시설은 도내 2곳(연천군, 포천시)이 있지만, 발병농가의 돼지를 싣고 시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경우 전염 확산 위험이 있어 이용하지 않았다.
반면, 기존의 매몰 방식은 이산화탄소(CO2)가스로 안락사시킨 돼지를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의 대형 탱크에 넣어 부패시키는 처리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매몰지 부족 문제와 함께 플라스틱 소재의 탱크가 땅속에서 몇 년간 썩지 않아 환경 오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 조성된 가축전염병 매몰지 5740곳 가운데 2510곳(43.7%)이 도에 집중됐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도내 살처분된 동물 사체가 6536만390마리(구제역 39만390마리, AI 6497만마리)에 이르고 있어 다른 지자체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도 자체적으로 친환경적인 렌더링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는 렌더링 시설 부족에 대해 도내 자격요건을 갖춘 농가가 없는 점을 들었다.
렌더링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선 렌더링 기계를 갖고 있어야 하고, 살처분할 수 있는 부지와 함께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춰야 하지만 도내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농가가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렌더링 시설이 혐오 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담당하겠다고 나서는 도내 업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도는 공공시설로써 부지를 마련해 렌더링 시설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각 시군 담당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마저도 무산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는 환경 문제가 걸린 만큼 내년 예산을 세워 도가 담당하는 렌더링 시설을 조금씩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렌더링 시설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민간기업이 없어서 이 부분을 공공에서 책임질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렌더링 시설은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에 몰려있어 도뿐만 아니라 전국에 시설이 부족한 현실이다. 특히 고정식 렌더링 시설의 경우 북부에만 있어 남부에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남부 지역 주민, 그리고 해당 지자체 담당자와 충분히 논의하고 설득해 시설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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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이미 확산됐나?" 우려 커져 남북 접경지인 경기 북부지역에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돼지열병이 발생한 탓이다.▶관련기사 3·18면특히 정부가 18일 파주·연천은 물론 포천·동두천·김포·철원 등 경기·강원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연천과 인접한 포천에서 차단방역 현장을 점검한 것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경기도에 따르면 전날 돼지열병 발병 의심 신고를 한 연천 백학면 한 돼지농장에서 폐사한 모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