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초의 공립학교인 창영초등학교 교가가 73년만에 바뀐다. 이 학교 교가가 친일 인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인천 동구에 자리한 창영초등학교는 112년 전인 1907년 세워졌다. 당시 주민들은 성금을 모아 일본인 밀집 지역이던 동구에 조선인학교 설립을 요구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워진 학교가 창영초등학교다.

1919년 3·1운동 때는 인천지역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그해 3월6일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시민들에게 독립선언서를 나눠주며 만세운동을 벌였다. 일제 경찰들이 교사들에게 동향보고를 강요하자, 분개한 학생들이 학교 전화선을 끊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인천 전역으로 3·1 만세운동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올해 인천 3·1운동 기념행사도 만세운동 발원지인 창영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이처럼 항일의 역사가 뚜렷한 이 학교 교가가 친일 인사에 의해 지난 1946년 작곡된 사실이 올해 초 밝혀졌다. 작곡자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학도병 지원을 독려하는 '반도학병의 노래' 작곡가 임동혁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기록될 만큼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새로운 교가는 인천을 대표하는 음악가 최영섭 선생이 작곡했다. 창영초등학교 동문이기도 한 최 선생이 이 소식을 접하곤 흔쾌히 작곡에 나섰다고 한다. 이 학교 출신 중 또 다른 유명인사가 강재구 소령이다. 이 덕에 오는 9월27일 육군사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는다. 창영초등학교는 육사에 교가 제작을 의뢰했고, 자매결연을 위해 육사를 방문하는 이 학교 6학년 학생들 앞에서 교가 시연이 펼쳐진다.

창영초 사례에서 보듯, 우리 생활 곳곳에는 여전히 일제의 흔적이 남아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일제 잔재, 군국주의, 우리말 파괴 개선을 위한 시민공모'에 나섰다. 10월9일 한글날 기념축제 때는 공모 참가자들에게 작은 기념품도 나눠준다고 한다.
올해는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의열단 창설 100주년과 일본의 무역전쟁 도발이 묘하게 겹쳐있다. 이를 기회 삼아 일제의 망령을 털어내는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