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풍성한 한가위였다. 고속도로에서는 통행료를 면제해주고 여객선들은 배삯을 받지 않았다. 태풍 링링이 서해안과 섬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금새 잊혀졌다. 주고받는 선물은 풍성했고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쉴 새가 없었다.
택배차량이 아파트를 드나든 만큼 아파트 쓰레기분리수거장에는 쓰레기가 쌓여갔다. 비닐봉지에 담긴 전복은 스티로폼 상자에서 완전히 밀폐되었고 이미 포장된 선물세트는 또 다른 상자에 담겨있었다. 조카가 가져온 과자상자에는 스티로폼이 아래 위로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정선에서 온 메밀전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스티로폼 상자 속에 담겨 왔다. 모 공사에서 보낸 선물은 종이상자만 두 겹이었다.

지난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었다. 전국적으로 11번째였고, 인천에서는 첫 번째 행사가 열렸다. 다소 촉박했고 처음 준비하는 행사였지만 시민환경단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자원순환 현장을 조사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매립지와 소각장 논란으로 쓰레기정책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묵은 환경 현안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부채 의식이 있었을 것이고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을 것이다.
곳곳이 공사판이다. 재개발, 도시재생 현장이다. 30년도 채 안 된 건물들이 부서지고 헐린다. 건설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 건설폐기물은 선별 작업을 거쳐 철근으로 고철로, 파쇄한 콘크리트로 순환골재로 사용된다. 공식 자료에는 건설폐기물의 98%는 재활용된다고 하지만 건설폐기물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지자체 소관이지만 건설폐기물은 배출에서부터 처리까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5t 미만의 경우에는 생활폐기물로도 배출되기 때문에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 수도권매립지 옆 순환골재 더미는 점점 쌓여만 가고 강화 인화리 채석장에서는 오늘도 굉음이 들리고 인천 앞바다 바다모래는 여전히 경제적인 골재이다.
'7782', 인천에 있는 의류수거함의 숫자다. 대다수가 민간업체에서 설치 운영한다. 중복과 난립의 문제도 있고 쓰레기 무단 투기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의류수거함 관리지침이 있는 기초지자체도 소수로 의류폐기물의 발생, 배출, 수집 운반, 선별, 수출과 재활용, 소각 등 실태 파악이 어렵다. 의류폐기물 역시 매년 증가하지만 의류 재활용 매장은 제자리걸음이다. 있던 매장마저 사라지고 있는 실정으로 의류의 일생을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페트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회용 비닐봉투와 함께 가장 흔하게 쓰이고 남녀노소가 시도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플라스틱이 생산된 지난 65년 동안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고작 9.5%수준으로 최근에야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란다. 1.5ℓ페트병 2개면 목도리 1개를 만들 수 있고 30개면 양복과 셔츠, 넥타이 한 벌을 만들 수 있다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용을 줄여야 한다. 제품생산에서부터 플라스틱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최우선 고려한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6일, 모두가 함께 자원순환도시 인천을 선언했다. 시장과 시의장, 교육감, 구청장이 학생, 시민들과 함께 다짐했다. '자원순환도시 인천 만들기에 적극 동참한다. 자원순환 학교, 자원순환 일터, 자원순환 마을 만들기에 적극 협력한다. 열린 마음 투명 행정, 공익·공공 기업정신, 솔선수범 참여시민으로 자원순환 민관협치에 적극 나선다. 이를 위해 매년 자원순환도시 인천을 점검할 것'을 다짐했다.

깨끗하고 건강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은 현재의 우리뿐 아니라 미래세대와 이웃 생명, 모두의 권리이다. 나날이 늘고 있는 쓰레기는 생명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쓰레기는 행정, 기업, 시민 모두의 책임으로 모두가 함께 할 때 비로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매립과 소각이 쓰레기 문제의 정답일 수 없다.
근검절약과 함께 재사용, 재활용 등 자원순환 사회를 향한 굳건한 걸음에의 동참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이에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서 자원순환도시 인천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