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A시의원, 처우 개선 요구 국악단원들에 지폐 사인·노조설립 회유까지
안산 지역사회가 한 시의원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A시의원이 월급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시립국악단원들에게 돈 자랑을 하는가 하면, 새벽까지 술자리에 붙잡아 놓고 노조설립을 회유했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
일부 안산시의원들은 해당 시의원의 행위가 치욕적이라면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안산시립예술단 노동조합의 말을 종합하면 시의원 A씨는 지난 5월30일 국악단 공연이 끝난 후 밤 10시쯤 수석·차석급 단원들을 술자리로 불러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노조설립을 미뤄라', '만들면 좋을 거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새벽 2시까지 이어가면서 노조설립을 준비하는 단원들을 회유했다.
같은 달 초에는 국악단원 2명의 무단결근 사실을 상급자에 알린 단원을 따로 불러내 '보고한 이유' 등을 캐물으면서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A씨는 안산시의회 해당 상임위 소속이다.
특히 국악단원들은 A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차례 이상 시립국악단에 불쑥 찾아와 단원들의 사진을 찍거나, 연습 중이던 단원을 불시에 불러내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등 연습을 방해했다고 했다.
국악단원들은 이 밖에도 ▲월급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단원에게 5만원 지폐에 자필 사인해 준 행위 ▲반말을 하면서 커피를 타오라고 시킨 행위 ▲국악단 운영 간섭과 해촉이란 단어를 들먹이며 단원들을 협박한 행위 등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은 이달 7일 안산시립예술단 노동조합이 A씨의 갑질 행위 주장을 담은 '항의 공문'을 안산시의회에 보내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이들은 공문을 보내면서 "A씨의 행동으로 시의회 명예를 훼손시키고, 단원들에게 정식적 피해를 줬다"며 "A씨의 시의원직 사퇴와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시의회 전반으로 확산되자, 일부 시의원들은 A씨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시의원 직위를 이용해 시 산하기관 직원을 괴롭히는 등 갑질을 일삼은 A의원과 함께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치욕적으로 느껴진다"며 "안산시의회는 즉각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자체 회의를 여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시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지킨다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당인데 같은 당이라는 이유로 감싸고 덮어준다면 우리 모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경기도당이나 안산시의회에서 진심으로 시민들에게 반성할 수 있도록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안산시립예술단 노동조합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은 노조의 주장만을 인용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차후 정확한 사실 확인 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반박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