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문화·상조·수익사업으로 인생 이모작"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기' 행동 강령 제정
"남에게 기대려는 자 사양" 자립구조 지향




"농사와 문화, 상조, 수익 등 네 가지 사업을 통해 인생 이모작, 즉 인생후반부를 건강하고 의미있게 맞이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생 이모작 예비협동조합 '9988클럽' 신완섭(60·사진) 조합장은 "농사는 협동작업을 통해 나눔과 육체건강을 도모하는 것이고, 문화는 배움과 정서함양을 통해 정신건강을 살찌우는 것"이라며 조합의 태생적 의미를 강조했다.

신 조합장은 또 "상조는 회원 간에 서로 돕는 미풍양속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이고, 수익은 은퇴 후에도 일하면서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수입의 원천이 된다"며 인생 이모작에 빠트릴 수 없는 목적사업으로 꼽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제약회사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마케팅전문가다. 2002년부터 건강기능식품 수입판매업에 종사하면서 2005년 의·약사 가족 인터넷장터에 '행복밥상'을 개설한 이후 식품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다수의 건강·식품 관련 서적을 발간하고 2010년에는 출판사를 설립했다. 2016년에는 시인으로 등단해 자작시집 4권을 출간하는 등 군포지역에서 동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4년 군포시민 18명과 '9988클럽'을 창립한 그는 초대 조합장에 이어 2·3대 조합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창립 전 8개월간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에 관한 독서토론을 거쳐 본인이 제안한 '인생이모작협동조합'을 결성키로 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기 위한 '9988 일/십/백/천/만'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하루 한 번 좋은 일 하기, 하루 열 번 크게 웃기, 하루 백 자 글쓰기, 하루 천 자 책읽기, 하루 만 보 걷기 등이 그것이다.

군포시 대야미마을에 200평 규모의 농원을 조성해 매주 토요일 정기농사를 짓고 있다. 매월 1회 시민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나 음악회를 연다. 회원간 서로 돕기 운동 및 연말에 지역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은퇴 후 할 수 있는 다양한 동업 사업체 운영을 위해 첫 시범사업으로 현재 산본역 인근에 시민식당 '밥시술시'를 운영하고 있다. 예비협동조합 5년 차인 현재 지역 내 정치인부터 사업가, 교육자, 직장인, 예술가 등 6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9988클럽'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외부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협동조합과는 그 궤를 달리해야 한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신 조합장은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나 캘리포니아 오렌지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다. 조합원들의 피땀으로 이룬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자립구조를 지향한다. 협동조합에 등록하지 않은 이유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인 사업들이 마련 되는대로 조합등록을 마칠 계획이며 그때까지 밑바탕을 다지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생각과 실천에는 어떤 정치적 이념적 배타성도 배제돼야 한다"며 운영에 따른 철학과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조합가입은 자유롭다. 30세 이상, 99세 이하 남녀 누구나 가능하다.
"삽질을 함께하며 기른 농산물을 나눠 먹고 농사 도중 나누는 막걸리 한 잔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환영하지만 남에게 기대는 인생을 살려는 자는 정중히 사양한다"며 자격 범위를 한정했다.

그는 창립 때부터 조합원 수 300명을 목표로 설정했다. 다양한 하부 사업체를 설립해 서로 연대하는 구조를 꿈꾼다. 그의 관심 분야는 도시농업이다. 생산-가공-소비를 아우르는 6차산업이자 시니어 세대들이 손대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란다.

신 조합장은 "단기적인 적선보다는 장기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나눠먹기식 지원은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기 십상이라서 단체가 자립하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그간 9988클럽이 값싼 동정을 거부해 온 것처럼 스스로 자립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밟으며 내공을 쌓아야 오래 가지 않겠는가. 대신 인큐베이터 센터를 통해 물고기 잡는 법을 부단하게 가르치고 모범생만 선별해 지원금을 줘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강조했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