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부평구 빌라촌 내 학교. 학교 앞 도로가 이면도로라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면 양방향 차량 통행이 힘들다.

 

 

인천지역 다세대 55.6%가 20년 이상 주택

아파트·재개발에 떠밀려 '올드타운' 신세

저녁 주차전쟁 … 공영주차장 등 해법 절실


회사원 김정현(63·인천 계양구)씨는 내년 설부터는 아들 부부 집에서 모일까 생각 중이다. 이번 추석 연휴, 자녀 3남매에 며느리, 사위, 손자까지 실평수 20평 정도 빌라에 10여명 모여 있으려니 영 갑갑했다는 것이다. 김씨 큰아들은 5년 전 결혼하면서 그동안 저축한 돈과 집에서 보태준 1억원, 대출을 껴 인근 부평구 내 30평대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김씨는 "해마다 손자들도 크니까 지금 사는 빌라에선 다 같이 보내기에 사실 무리가 있더라. 첫째 아들네 아파트 단지는 주차도 좀 더 수월하니 여러 가지로 낫겠다 싶다"며 "1990년대 초에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 오며 5000만원 주고 산 빌라가 30년 동안 2000만원 올랐다. 나도 남들 다 사는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은 십수 년 전부터 굴뚝같았다. 이 집 팔아선 갈 수 있는 곳이 인천에는 얼마 없다. 애들 결혼할 때 노후 자금까지 털어 예금도 없다"고 말했다.


▲한때 인천 유입 1등 공신 … 아파트에 치어 뒤안길로

인천은 대구와 함께 1981년 7월 직할시로 승격하고 나서 지역 곳곳에 빌라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도시가 커지면서 서울, 경기 등에서 유입되는 인구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신규 저층 빌라 물량으로 소화됐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지역 다세대(빌라) 20만9347호 중 55.6%인 11만6395호는 지은 지 20년이 넘은 집들이다. 아파트 경우 전체 59만3619호에서 20년 이상 노후 주택 비중이 48%(28만4905호)인 것과 비교하면 7.6%p 높은 수치다.

특히 전국 다세대주택 187만8306호에서 20년 이상은 74만2722호로 39.5%에 그치는 상황과 비교하면 인천에선 빌라 단지 노후화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는 반대로 정부 1기 신도시 정책을 기점으로 인천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아파트 몸집은 급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주거환경' 자료에 따르면 인천지역 아파트 단지 면적은 2007년 1885만800㎡에서 2017년 2579만2410㎡로 10년 새 3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주택 중에서 아파트 비중은 48.9%에서 53%로 4.1%p 올랐다.

이같은 주택 변화 속에 빌라는 '돈 안 되는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아파트가 정부 주택담보대출 정책을 안고 대거 투입되며 승승장구할 때, 빌라촌은 건물 부식과 골목 주차난 등 문제에서 개선 작업 없이 거의 방치된 결과다.

부평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노후 빌라 시세는 주변에 지하철역이 생겨도 20~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크게 없다"며 "소유 주택값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정년 앞둔 50~60대 이상 주민들은 젊은 사람들처럼 대출 끼고 아파트로 가기도 부담이다. 그냥 사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재개발에서도 뒷전 … '올드타운' 이미지 굳어져

전체 주택에서 노후 주택 비중이 큰 빌라들은 재개발이 아니면 주거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재개발·재건축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 정비 사업 이외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태인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후 아파트에 밀리는 실정이다. 국토부 '주택 멸실 현황' 자료를 분석하니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인천지역에서 헐려 사라진 총 주택 2만2008호에서 아파트는 5150호, 다세대주택은 4066호다. 더군다나 다세대주택 멸실 숫자는 2013년 1901호, 2014년 849호, 2015년 555호, 2016년 577호, 2017년 184호로 매년 하락세다.

익명을 요청한 인천 한 자치단체 주택 공급 담당 공무원은 "지역 택지들이 그린벨트 등 소위 사람 안 사는 땅에 주로 들어서는 추세다. 인구 밀집이 높은 빌라촌에선 보상비 등 놓고 매번 말썽이니 진행도 쉽지 않다"며 "이런 마당에 인천 원도심에선 소규모 정비사업,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 집고치기 사업처럼 맞춤형으로 제안하고 지원에 나서야 하는데도 매번 예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차난만 풀려도 살겠다"

계양구 임학공원 주변 빌라촌 주민들에게 매년 갱신하는 거주자우선주차 신청은 주요 행사 중 하나다. 근처 계양산 자락에 조성한 주차대수 65면 규모 '임학공영주차장'에 자리를 받지 못하면 매일 저녁 골목길 주차 전쟁을 치러야 한다.

주민 박민섭(45)씨는 "30여년 전부터 임학동에 빌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면서도 주차장을 따로 만들지 않아 차들이 많지 않던 1990년대에도 일대 주차 전쟁이 극심했다. 그나마 2000년대 들어 동네에 공영주차장이 생기면서 거주자우선주차를 실시해 조금 줄었다"며 "차 없이 못 사는 시대에 빌라촌에 주차 문제만 해결해줘도 주민들은 가장 효율적인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라고 엄지손가락 치켜세워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