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태풍에 간판 떨어져 다쳤다면 소유주 부담"
범위 넘어선 천재지변은 예외
인천지역에서 태풍 '링링'에 따른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피해 배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상 법원은 태풍에 간판이 떨어져 사람이 다쳤을 경우 시설물 점유자나 소유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다만 책임 범위를 뛰어넘는 천재지변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점유자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도 했다.

9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역대 다섯 번째 위력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이 인천 전역을 휩쓸면서 197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시설물 파손 604건, 간판 추락 238건, 나무 쓰러짐 246건, 정전 2건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풍 피해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가령 길을 걷던 중 강풍에 추락한 간판에 맞았다면 그 책임은 건물 관리자나 상점 운영자 또는 건물주가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2002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경남 한 안과병원 간판이 떨어지면서 근처를 지나던 남성이 머리를 맞아 하반신 마비 등의 피해를 봤다. 당시 1심 법원은 병원 측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5억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미라 법무법인 다솜 변호사는 "시설물 관리자가 간판 탈락 등 태풍 피해에 대한 직접적 과실이 없더라도 관리 소홀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에 대해선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2년 "강풍에 아파트 화단의 나무가 쓰러져 차량을 덮친 것은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관리 주체의 책임이 크다"며 보험사가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인천지법은 "공동주택의 관리 주체에 모든 자연재해에 100%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물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