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에 착수한 지 사흘 만에 서울 자택 압수수색

검찰이 마약 밀반입 혐의를 받는 재벌가 2세를 불구속 수사하는 상황에서 수사 개시 사흘 만에 자택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중범죄에 속하는 마약 밀수 혐의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는 것에 이례적이란 시각이 많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호삼)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모(29)씨의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지난 1일 세관으로부터 이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사흘 만이다.

앞서 이씨는 1일 오전 4시55분쯤 미국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캔디·젤리형 대마를 몰래 들여오려 한 혐의로 세관에 적발됐다.
검찰은 이씨의 여죄와 공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타깃은 이씨의 '핸드폰'과 '태블릿PC', '흡연기구'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과정을 두고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검찰은 이틀 전인 2일 이씨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2시간 만에 발부받고도 당일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3일엔 이씨를 5시간 동안 소환 조사하고 돌려보낸 뒤, 2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지만 이날 역시 압수수색을 개시하지 않았다. 이 탓에 이씨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까지 범죄사실 축소나 은폐 등의 시도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부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인천에서 형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은 신속성이 생명인데 영장을 발부받고 바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더구나 중범죄에 속하는 마약 밀수 혐의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금일 피의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게 맞다"며 "특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바로 다음날 영장을 집행해 문제될 건 없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