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경제부 기자

인천지역 부품 제조업체 A사. 얼마 전, 주력 제품 납품 단가를 낮췄다.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산업 집중 육성에서 핵심은 '국산화'다.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70~80%를 차지하는 회사가 이 시류를 활용하면 국내 굴지 기업들을 상대로도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납품 가격을 내리면 수익 구조는 쪼그라든다. 하지만 중국과 독일, 일본에 시달리던 한국, 인천 제조업계에 모처럼 부는 바람이다. 되도록 손에 쥐고 싶었다. 이 업체에서 만드는 부품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언급할 수 없다. 기업이 특정될 수 있다.
A사 대표와 관리진은 국내 유명 B기업을 찾아 납품가 하락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피력했다. 부품 산업 국산화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할 기회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A사와 B사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글로벌 부품 기업 C사가 A사 제안만큼 본인들도 단가를 내려 B사에 어필한 탓이다. A사는 B사에 "우리가 납품가를 내리는 바람에 C사도 기존가보다 내린 거 아니냐. 적어도 물량을 A사, C사 5대5로 계약해야 한다"고 토로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A사 대표는 "인천에 많은 소재·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2, 3차 벤더다. 지금처럼 1차 벤더나 원청이 소재·부품·장비산업 국산화에 책임감과 적극성을 가져주지 않으면 정부 정책은 겉돌 수밖에 없다"며 "국산화 확대라는 결과물로 가기까지 묶인 실타래가 많다. 정부, 지자체, 경제기관들이 디테일하게 파고들 부분"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5일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해외로부터의 기술 도입,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부터 29조원 금융지원과 6조원 특별지원 예산도 점차 시장에 풀린다.
2017년 기준으로 광역시 가운데 소재·부품 기업이 가장 많은 인천(1927곳)이다. 정부 정책과 예산이 인천을 주시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판에 벌써 잡음이 나온다.
A사 대표는 원청과 1차 벤더사들이 국산 제품을 '적극적'으로, '책임감' 있게 소비하지 않는 현실을 '실타래'라고 표현했다.

고객사에게 미움받으면 안 되는 납품업체가, 더군다나 2, 3차 벤더 입장에서 속 시원하게 터놓지 못하고 뭉뚱그려 내놓은 대명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