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알리고, 덤으로 후배까지 생겼어요"
▲ 인천시청 복싱팀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무료 복싱 레슨에 참가하고 있는 인천시민들과 선수들. /사진제공=인천복싱협회

"복싱을 하면서 땀 흘리고 나면 개운하고, 스트레스도 풀리니까 정말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주부)

"인천시청 엘리트 선수들인 형이랑 누나들이 친절하고 재미있게 복싱을 가르쳐 줘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고등학생)

인천시청 복싱팀(감독 김원찬)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인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료 복싱 레슨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시청 복싱팀은 지난 7월부터 문학경기장 내 복싱장에서 인천시민들에게 복싱을 가르치고 있다.
이 복싱 레슨은 평소 '인천시 소속이고, 인천시에서 월급을 받는 엘리트 선수라면 시민들에게 봉사할 의무가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김원찬 감독의 제안을 선수들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이 활동이 단순한 재능기부에만 그치지 않고, 혹시나 복싱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찾아오면 그 중에서 꿈나무를 발굴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섞여 있었다.

더 많은 시민들이 복싱에 애정을 갖게 되고, 덤으로 복싱 후배(?)까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보니, 처음엔 좀 소극적이던 선수들도 결국 의기투합했다.

'어떻게 홍보를 할까' 고민하다 무작정 현수막 몇 개를 만들어 문학경기장 인근에 내걸고 연락을 기다렸는 데 무려 40명이 지원했다.

학생과 주부, 직장인들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은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 6시부터 8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까지 주 3회 2시간씩 인천시청 소속 선수들의 지도를 받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번 40명이 다 나오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15~20명은 더위와 싸우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다.

현역 선수들이 친절하면서도 세심하게 지도해 주니 복싱을 배우는 시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주부 조영희씨는 "몇년 전 어린 아들 따라 복싱을 잠깐 배운 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얼마 전 문학경기장 인근을 지나가다 복싱을 가르쳐준다는 현수막을 봤고, 바로 지원을 했다. 당시에는 아들 때문에 갔던 복싱장이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내 자신을 위해 다닌다. 평소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복싱을 다시 배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박상천(학익고) 군은 "엘리트 선수들인 형이랑 누나들이 정말 친절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가르쳐 준다. 배우는 게 즐겁다 보니 끝나고 나서도 혼자 연습까지 할 정도다. 내년에도 계속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도를 해주는 선수들도 열심히 복싱을 배우는 아저씨, 아줌마, 언니, 오빠, 동생들 모습에 이제는 마찬가지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인천시청 복싱팀은 이 무료 복싱 레슨을 올 해 12월까지 진행한 뒤 자체 평가를 거쳐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원찬 감독은 "솔직히 선수들 개인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 시민들을 위해 함께 땀흘려주는 선수들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 복싱이 예전처럼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