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진 사회부기자

새학기, 새친구를 만나는 설렘으로 가득차야 할 8월 말이다. 그러나 새학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인천 남동구의 한 유치원이 지난 23일 갑자기 폐원을 통보했다. 이 유치원을 다니는 원생은 총 52명이다.
유치원에 잘 적응해 그동안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며 수업을 받았는데 갑작스런 통보에 학부모들은 할 말을 잃었다. 폐원을 통보하기 전 어떤 설명이나 예고도 없었다고 한다.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기에는 시간도 촉박한데도 말이다.

유아들은 이달 초 방학이 끝나 9월 개학을 앞두고 특별활동 등의 수업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에겐 유치원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과 24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유치원으로 아이를 떠밀어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아이들이 새로운 교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겪어야 할 일들이 우려돼 학부모들은 크게 걱정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수요자 중심의 보육서비스 지원체계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맞벌이 1076가구 중 자녀를 어린이집, 유치원 등 돌봄시설에 보내는 가구는 948가구로 조사됐다.
맞벌이 가구 88.1%가 돌봄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안정적인 영유아 양육서비스가 필요하다.

한편 폐원을 통보받은 학부모들은 개학을 코 앞에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부랴부랴 입소 가능한 유치원을 수소문하고 있다.
법적으로 폐원을 하려면 유아 재배치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인천시교육청도 인근에 문을 열 병설 유치원 배치 안도 검토하고 있다.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아이들이다. 유치원은 아이들의 생애 첫 학교로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유아 교육 측면에서 아이들이 다시 안정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