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작년 18만명 정신의학과 찾아
청소년·청년도 불안감 토로 늘어
마음건강케어 하루 문의 30~40건
도민 1인당 최대 40만원까지 지원

용인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조모(18)씨는 친구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최근 친한 친구와 크게 다투게 된 이후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학교에 가기 싫어 몸이 아프다고 꾀병도 부려봤지만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용인시민 김모(28)씨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김씨는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을 볼 때마다 자존감이 낮아져 주변 사람들을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32)씨는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자존감이 하락했다고 호소했다. 출근해서 상사의 잔소리를 듣거나 잔심부름 등의 '갑질'이 이뤄질 때면 온종일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경기도 내 불안을 호소하는 도민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도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7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 등 불안 증세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은 도민은 2016년 15만2745명, 2017년 16만3319명, 지난해 18만4102명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도내 상당수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1388 상담센터(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불안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확인한 결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타 고민으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의 전화상담은 2017년 2만4950건, 지난해 3만505건, 올해 7월 기준 1만7531건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도가 도민들의 정신건강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2019년 경기도 마음건강케어 사업'은 시행한 지 두달여 정도 지났지만 꾸준히 하루 평균 30~40건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도는 불안감 형성 이유로 10대 청소년의 경우 이성 친구 문제, 부모와의 갈등, 학업 문제로 겪는 스트레스를 꼽았다. 20~30대 청년은 반복되는 취업 실패와 진로 방향성 고민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40~50대는 직장 내 받는 스트레스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우울 증세를 겪으며, 60~70대의 경우 가족에게서 느끼는 소외감과 퇴직 후 자존감 결여 등으로 불안한 감정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특히 도는 불안을 호소하는 도민들이 늘어난 것에 대해 예전과 달리 혼자 끙끙 앓지 않고 적극 해결하려는 도민이 많아진 것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다"면서 "다만 평소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도민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자살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도가 나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전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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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마음건강케어사업 ▶ '2019년 경기도 마음건강케어 사업'은 경기도에 1년 이상 거주한 도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도민들은 도내 10개 협력의료기관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신청서, 진료비 영수증 및 계산서, 진단서 등 구비서류를 제출하면 진료비, 약제비, 종합심리 검사비 등 1인당 최대 4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