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수록 진화하는 보험범죄
교통위반 차량만 골라 '쾅'
사고난 것 처럼 '허위진술'

작년 범죄자 적발 8만명 …조직·대형화 추세

교통사고와 화재, 질병 등 우리 삶 속엔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존재한다. 보험은 이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경제적 제도다.

그러나 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보험금을 노린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만 8만명에 육박한다. 보험범죄가 더 이상 뿌리 내리지 않도록 시민과 유관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인천일보는 보험범죄 근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기사를 매주 수요일자로 총 6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오늘날 보험범죄의 유형과 특징을 소개하고 실효성 있는 보험범죄 근절 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 변변한 돈벌이가 없던 A(20)씨는 동네 선후배들에게 자동차를 이용해 큰돈을 벌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인천에서 교통법규 위반 차량만 골라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챙긴 사기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들은 4개월 만에 이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거머쥐었다.


# 지난해 10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인천삼산경찰서에 구속된 B(40)씨의 직업은 보험설계사였다. 그는 가족과 지인 등에게 용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겨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그 다음 허위로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꾸민 뒤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나눠 사고 진술하는 수법으로 보험사를 속여 부당이득을 취했다.

인천지역 보험범죄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상대 운전자를 선별해 사고를 일으키는가 하면, 보험 전문가가 직접 보험사기를 치밀하게 기획하기도 한다.

A씨 등 일당은 운전자들이 쉽게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도로를 주 무대로 삼았다. 우회전이 금지된 도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나타나면 고의로 승용차로 들이받거나 접촉 사고를 냈다.

인천연수경찰서는 지난 4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씨 등 주범 7명과 범행에 단순 가담한 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보험범죄는 전문화·조직화로도 변화하는 추세다. A씨 등 일당은 지인들에게 '차량에 타고만 있어도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범행 가담자를 손쉽게 모집했다.

채종수 연수서 교통조사팀장은 "인천은 보험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도시 중 한 곳"이라며 "중고차매매단지가 많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 범행 수법이 전수되고 있는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올 4월 '2018년 보험사기 적발 실적' 보도자료를 내고 보험범죄가 조직화·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역대 최고 수준인 79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적발인원은 7만9179명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관계자는 "적발금액은 늘었는데 인원이 줄면서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이 크게 치솟았다. 이는 보험범죄가 점점 조직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범준기자parkbj2@incheonilbo.com